언론보도

[연평도 피격 관련 기획] 예비역 장성・영관장교 “할 말 있습니다!” (1)

  • 2010-12-01
  • 송범석기자 (천지일보)
6.25 전쟁 이래 처음 일어난 국토 피격은 대한민국 안보 개념을 뿌리째 흔드는 사건이었다. 지난 29일 이명박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앞으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지만,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사태를 바라보는 예비역 장성의 마음도 착잡하긴 마찬가지일 터. <천지일보>는 예비역 장성들과 영관장교의 진단을 통해 우리 측 대응 방식을 분석하고 앞으로 추구해야 할 대북정책의 방향을 가늠해봤다.

 

성명 나열: 가나다순

권안도 원광대 초빙교수 -(전 국방부 정책실장・예비역 중장)

김충배 (사) 평화통일 국민포럼 대표 이사 -(전 한국국방연구원장・예비역 중장)

박희도 대한민국지키기 불교도총연합 상임공동회장 -(전 육군참모총장・예비역 대장)

이석복 한국문화안보연구원장 -(전 한미연합사 부 참모장・예비역 소장)

장순휘 협성대・중앙대 외래교수 -(전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예비역 중령)

 

Q.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 27일 설문조사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연평도 포격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설문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군이 잘못 대응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진단을 듣고 싶습니다.

 

권안도 교수 -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 5도 전력은 북한군에 비해 한국군이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입니다. 북한군은 황해도라는 넓은 땅에 1개 군단의 병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는 한국군은 서해 5도 여러 섬에 장비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하면 병력규모와 대포 수 등도 (남한이) 절반밖에 안 됩니다. 이런 현실을 먼저 인식해야 합니다.

 

처음에 우리가 기습을 당한 뒤, 곧바로 대응에 들어가야 했는데 13분쯤 후에 대응사격을 했습니다. 심리적으로 대비가 미흡해 기습을 허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장비・체계 측면에서도 대비가 안 돼 있었습니다.

 

적이 우리에게 적대행위를 하려고 한다든가, 적대행위를 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식별될 때는 자위권 차원에서 비례성 원칙에 따라 대응조치를 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적이 타격을 하면 동일한 양이나 2~3배 정도의 포탄을 쏴 대응을 해야 했습니다.

 

김충배 이사 - 대응이 미비했습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당한 건 그렇다고 해도, 마지막에 항공기가 출격했는데도 공격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내 판단에는 확전 가능성도 적고 이번이 도발을 다시는 못 하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고 봅니다.

 

이석복 원장 - ‘군 대응이 미흡하다, 적절하다’를 따지기 전에 서해 5도에 대한 특이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공격을 하는 입장인 북한은 많은 화력을 한 섬에 퍼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어를 하는 우리 군은 모든 섬에 병력을 집중해 배치할 수 없습니다. 태생적으로 군의 전력은 북한의 전력에 비해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포에는 포로 대응하는 기존 작전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서해 5도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는 전투기 폭격이라든지, 단시간 내에 전투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공격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장순휘 교수 - 천안함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장관과 대통령께서 한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일이 또 발생하면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지침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군의 연평도 피격 직후 야전 지휘관들은 쏠지 말지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단호하게 결정했어야 합니다. 합참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작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자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다시 새길 때입니다.

 

특히 북한 개머리 진지의 동향이 이상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우리가 강력한 대응 수위를 유지함으로써 세계에 떳떳하고 당당한 군의 위상을 선전할 기회가 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쳐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