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박연차 관련 말바꿔… 신재민은 위장전입 5번 타격
이재훈은 쪽방촌 투자가 발목
29일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27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2006년 2월 출판기념회에서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공개된 뒤부터 청와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했다. 당초 김 후보자는 청문회 첫날인 24일에는 "2007년 전에는 (박 전 회장과) 일면식도 없었다"고 했다가, 민주당에서 2006년 가을 김 후보자가 박 전 회장과 골프를 쳤다는 근거를 대자 "그해 가을부터 알았다"고 말을 바꿨었다. 이런 상황에서 2006년 2월 함께 찍은 사진까지 공개되자, 여권 내에서 '총리 자진사퇴 시나리오'에 힘이 실렸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김 후보자가 처음부터 '도지사로 박 전 회장을 알고 지냈다. 그러나 돈 받은 적은 없다'고 당당하게 주장했으면 됐을 텐데, 박 전 회장과 무관함을 증명하기 위해 사소한 것들을 부인하며 쓸데없이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의 재산증식 의혹, 부인뇌물사건 보도무마 의혹, 부인의 관용차 사용 논란, 도청 직원 가사도우미 활용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런 내용 자체보다는 거짓말 해명이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부적절한 인사'로 본다고 답한 사람은 지난 21일 46.9%에서 청문회(24~25일)를 거치면서 66%(28일)로 급등했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6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함께 자진사퇴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에는 '거짓말 해명'보다는 각각 위장전입(5번)·위장취업 의혹, 쪽방촌 등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돼 발목을 잡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신 후보자의 경우에는 의혹의 가짓수가 많다는 양적인 측면에서, 이 후보자의 경우 '쪽방촌 투자'라는 질적인 측면에서 '두 사람은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그는 "총리가 자진사퇴하면 장관 후보자들은 그대로 임명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공정한 사회'라는 청와대 기조에 맞춰 동반사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