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사설] 국무총리·장관 후보 줄사퇴가 주는 교훈

  • 2010-08-29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 내각에 지명됐던 김태호 국무총리,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자진사퇴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결격 사유에 대해 국민 감정이 극도로 악화된 만큼 본인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40대 총리 후보로 주목을 받았던 김 총리 후보자에겐 창창한 앞날을 위해서라도 이번 낙마가 오히려 인생에 쓴 약이 될 수도 있다.

 

총리와 장관 후보들의 줄사퇴는 8ㆍ8 개각의 참담한 실패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해당 부처 행정 공백이 장기화될 게 뻔하고 나아가 이 대통령의 리더십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최근 `친서민, 공정사회` 화두 덕분에 지난 21일 48.7%까지 올라갔던 이 대통령 지지율이 28일에는 43.7%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초래한 근본 책임은 결국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으로 귀착된다. 국가 지도자가 국민 기대치를 무시하고 독선적 인사를 고집하는 한 국정 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국민이 절대적 지지를 보내준 건 흠집투성이 인물끼리 자리나 독식하라는 주문이 아닌데도 그걸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성난 민심을 수용해 자진사퇴 형식으로 바로잡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인사는 만사(萬事)다. 인사를 잘못해놓고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길 바랄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가치 있는 교훈 하나라도 건지려면 고위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과 결격 사유에 관해 최소한의 기준요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준에 미달한 사람은 아예 고위 공직자가 될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정책 청문회가 중요하다고 해도 근본이 안 된 사람에게 정책을 물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총리와 두 장관이 물러났다는 이유로 조현오 경찰청장 등 나머지 후보는 모두 면피한 걸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됐더라도 공직 수행에 부적합하다면 과감하게 다시 뽑을 각오를 해야 한다. 물론 내정자 스스로도 양심껏 자신을 되돌아보고 거취를 판단하는 게 옳다. 부도덕한 방법으로 많은 것을 차지한 게 `능력`인양 포장되고 그런 행위의 주역들이 고위 공직에 오른다면 국민에게 자괴감만 준다. 그래선 `공정한 사회`도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