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종편 노예’ 언론, 세종시 ‘긍정바이러스’ 전파

  • 2009-12-02
  • 류정민기자 (미디어오늘)
[해설]이명박 정부, 여론몰이도 속도전…야당, 여론조사에 근본의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전국 35개 방송사가 생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사업 원안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경향신문은 11월28일자 사설에서 “국민에 대한 약속 파기는 이 대통령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수 언론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 문항이 중립적이지 못하고 대통령 찬양일변도, 혹은 <대통령의 대화>의 긍정적인 평가를 유도하는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동아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지난달 2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p)를 한 결과, ‘세종시 행정부처 원안 이전’은 44.7%, ‘행정부처 대신 기업 연구소 교육기관 이전’은 46.3%로 조사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46.0%, 서울은 57.8%에 달했다는 점이다. 동아-KRC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방송, 라디오, 뉴스, 주변사람 등을 통해 직접 보거나 들었다는 응답이 69.0%에 달했고, ‘보거나 듣지 못했다’는 응답은 31.0%에 머물렀다. EAI와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는 ‘보거나 들었다’ 49.5%, ‘보거나 듣지 못했다’는 응답이 50.5%로 조사됐다.

 

동아-KRC 여론조사는 EAI-한국리서치 조사보다 <대통령과의 대화>를 보거나 들었다는 이들이 19.5%p 더 많은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두 기관이 동일한 날, 유사한 질문을 했는데 결과가 20% 가량 차이 난다는 것은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KRC 관계자는 “언론사 조사를 하는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이라면 언론이 원하는 한쪽 방향으로 편향성이 나타나도록 조사하지는 않는다”면서 “<대통령과의 대화>가 나간 이후에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원하는 (홍보) 효과가 조금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은 세종시 관련 여론조사에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민주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정부가 여론조사를 하려면 방송법 제6조에 근거한 반론권을 준 후에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지난달 25일 ‘당 5역 회의’에서 “(정부는) 일부 언론을 종편(종합편성채널)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면서 “일부 신문은 이 정권의 세종시 원안 수정을 옹호하고 선동하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26일자 사설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결코 정부의 노예도, 종편의 노예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유독 동아일보만 발끈하고 나섰다. 그것도 사설로. 도둑이 제 발이 저렸나”라며 “속이 검어서 숨 쉴 때마다 그을음을 토해내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