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군사ㆍ경제력 최강 G2, 평판 왜 안 좋을까

  • 2009-11-11
  • 오재현기자 (매일경제)
美-군사위협 中-인권침해로 세계서 반감

매일경제ㆍEAIㆍWPO공동 20개국 여론조사

 

 

 

이른바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하드파워`에 비해 `소프트파워`가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등 하드파워를 바탕으로 세계 2대 강국으로 부상했으나 다른 나라들의 자발적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소프트파워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은 군사적 위협 가능성, 중국은 인권 침해 이미지가 국가 평판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동아시아연구원(EAI), 미국 메릴랜드대 조사기관인 월드퍼블릭오피니언(WPO)과 함께 공동 기획한 국제 여론조사에서 미국과 중국이 `국제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40%, 44%에 그쳐 절반을 넘지 못했다.

 

지난 4월부터 실시된 이번 조사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터키 케냐 등 세계 20개국 2만3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

 

오는 1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미ㆍ중 어느 곳도 국제 사회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확고한 소프트파워를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ㆍ중 양국이 `국제사회에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40%, 34%로 나타나 반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군사적 위협 이미지가 국가 평판을 갉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응답자 중 무려 77%가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군사적 위협을 감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은 인권 분야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중국이 인권을 존중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36%에 그친 반면 `존중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로 나타났다.

 

양국 소프트파워가 부족해 국제 사회를 양분하는 `반쪽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따라 국가별로 친미파와 친중파가 뚜렷이 나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유럽 지지도가 높은 반면 이슬람권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영국 58%, 프랑스 52%, 폴란드 51%, 독일 44%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이집트는 15%에 그쳤고 터키 16%, 이라크 23% 등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중국은 옛 공산권과 중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유럽에선 지지율이 낮았다. 아제르바이젠은 53%가 중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러시아 44%, 이집트 42%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독일은 긍정 평가가 21%에 불과했고 폴란드 25%, 프랑스 26% 등으로 나타났다.

 

미ㆍ중 원조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는 양국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미국 긍정 비율이 68%로 중국 54%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WPO 대표 스티븐 컬 메릴랜드대 교수는 "이번 조사는 미ㆍ중 양국에 대한 국제 사회 불신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기후변화 문제 등에 미국과 중국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