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등 하드파워를 바탕으로 세계 2대 강국으로 부상했으나 다른 나라들의 자발적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소프트파워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은 군사적 위협 가능성, 중국은 인권 침해 이미지가 국가 평판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이 동아시아연구원(EAI), 미국 메릴랜드대 조사기관인 월드퍼블릭오피니언(WPO)과 함께 공동 기획한 국제 여론조사에서 미국과 중국이 `국제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40%, 44%에 그쳐 절반을 넘지 못했다.
지난 4월부터 실시된 이번 조사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터키 케냐 등 세계 20개국 2만3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이다.
오는 1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미ㆍ중 어느 곳도 국제 사회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확고한 소프트파워를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ㆍ중 양국이 `국제사회에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40%, 34%로 나타나 반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군사적 위협 이미지가 국가 평판을 갉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응답자 중 무려 77%가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군사적 위협을 감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은 인권 분야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중국이 인권을 존중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은 36%에 그친 반면 `존중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로 나타났다.
양국 소프트파워가 부족해 국제 사회를 양분하는 `반쪽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따라 국가별로 친미파와 친중파가 뚜렷이 나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유럽 지지도가 높은 반면 이슬람권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영국 58%, 프랑스 52%, 폴란드 51%, 독일 44%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이집트는 15%에 그쳤고 터키 16%, 이라크 23% 등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중국은 옛 공산권과 중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유럽에선 지지율이 낮았다. 아제르바이젠은 53%가 중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러시아 44%, 이집트 42%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독일은 긍정 평가가 21%에 불과했고 폴란드 25%, 프랑스 26% 등으로 나타났다.
미ㆍ중 원조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는 양국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미국 긍정 비율이 68%로 중국 54%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WPO 대표 스티븐 컬 메릴랜드대 교수는 "이번 조사는 미ㆍ중 양국에 대한 국제 사회 불신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기후변화 문제 등에 미국과 중국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매일경제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