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4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23일 A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45.5%, 국정운영 기대감은 67.8%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B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정지지도는 46.7%로 비슷했다.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가 어느 정도 거품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지율이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수치만 다를 뿐 상승세는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1.4%를 기록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공동으로 지난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1.4%로 나타났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지난 22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7.3%로 나타나 전월대비 6.8%p 상승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8~9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39.8%로 나타나 전월대비 9.5%p나 상승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청와대 자체 조사 결과를 빼더라도 한 달 전과 비교해 6.8%p~9.5%p 상승했다. 이처럼 지지율이 오른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호재를 잘 활용하고 악재를 잘 방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제지표 호전과 남북관계 개선, 중도실용 및 친서민행보 적극 홍보가 상승요인
객관적 호재로는 각종 경제지표 호전과 남북관계 훈풍이 꼽힌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국면 하에서 한국경제가 이미 출구전략을 논의할 정도로 경제지표가 꾸준히 개선되어 왔고, 남북관계에서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회장의 방북,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미 여기자 및 현대 직원 석방,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호재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적극 활용했다. 중도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친서민행보를 적극 홍보한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미현 소장은 "'중도서민 강화'라는 청와대의 전략적 이슈가 8.15 경축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각종 서민·중산층 정책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것이 그동안 소외감을 느꼈던 중도서민층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잘한 것으로 '친서민 정책 발표'(30.1%)가 가장 높게 나온 것이 뒷받침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중도 실용주의 및 각종 서민·중산층 정책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것이 지지율 재반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서 보수층의 국정지지율이 43.2%로 전달과 비교해 정체된 반면 중도층에서는 7월에 28.4%였던 것이 41.5%까지 높아져 보수층의 국정지지율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진보층에서도 7월에 비해 5.6%p 상승한 24.4%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움직인 것이라는 분석을 딱히 부정할 수 없다"며 "중도층 견인 이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DJ서거' 악재를 호재로... 전문가들, 지지율 상승세에 긍정적
악재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와는 정반대의 태도를 취하며 악재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차단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전에는 직접 병문안을 갔으며, 서거 후에는 국장을 수용하고 서울광장에 공식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포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서울광장 옆 대한문 앞에 설치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미현 소장은 "이 대통령의 변화된 포용의 노력들을 국민들이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청와대가 일부 보수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장(國葬)'으로 장례를 치루는 등 각별한 예우를 한 것이 악재를 막았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호재와 호재의 적극 활용, 악재 차단을 통해 올라간 국정지지도가 유지 내지 상승할지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정한울 부소장은 "정부가 중도실용노선에 대해 일시적이라기 보다는 방향을 잡고 가는 것으로 보이고, 과거의 소통부재·일방주의와 반대되는 화해·포용·통합으로 간다면 향후 지지율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경제에 있어서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지지율이 유지될 것이며, 중도실용노선이 친서민적 내용을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다면 더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변수... 보수층의 반발, 경제, 사회갈등, 남북관계 등 특히 야당의 역할이 중요
그렇다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한울 부소장은 △자기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반발 △거시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경제상황 △양극화 심화로 인한 사회갈등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남북관계 등을 변수로 지적했다. 당장 국가적 위기로 닥친 신종플루 사태도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와 함께 제1야당인 민주당의 국회 등원 결정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민들을 직접 만나 호소하겠다며 한 달여간 장외투쟁을 벌인 민주당은 언론의 무관심속에 국민의 시야에서 벗어났었다. 그런 민주당이 27일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얻지 못한 채 등원을 결정했다.
백기투항이란 비판이 많지만 어쩌면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장외와 달리 국회라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공간에서 정부 및 집권여당과 비슷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부터 시작되는 인사청문회, 예산심사,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노선과 친서민행보가 진정성이 있는지, 내놓는 정책이 정말 경제를 살리는 정책인지 등 민주당의 역할에 따라 정국은 바뀔 수 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서민행보라든지 중도실용이 말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법이나 정책, 예산 등으로 뒷받침이 될 것인지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본질이 변하지 않고 수사적인 말뿐인 그런 것이었다면 다시 (지지율이) 빠지지 않겠는가"라며 나름의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