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ㆍ하버드 유럽학연구소 시민사회 데이타뱅크 구축 프로젝트
집회시위로 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20년간 집회·시위 분석
합법 땐 28%, 불법 땐 42% 요구 관철
일주일 넘는 시위는 ‘목적 달성’ 68%
과거 20년간 한국의 집회·시위 분석 결과 불법집회가 크게 늘어난 것은 불법시위가 오히려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불법·떼쓰기 시위 때 요구 수용될 확률 높아=불법을 하더라도 큰 목소리를 내면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이번 분석에서도 사실로 드러났다. 합법적 시위에서 요구가 관철된 비율은 28.2%에 불과했지만, 불법시위의 경우엔 42.4%로 훨씬 높았다. ‘대규모·장기간 시위’일수록 요구 실현 확률이 더 높아지기도 했다. 200명 미만이 참여한 시위의 요구 실현율은 27.6%인 데 반해 2000명 이상일 때는 41.3%였다. 또 일주일을 초과하는 장기시위는 68.5%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위 주도층의 변화=민주화 시위는 학생들이 주도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는 화이트칼라 사무관리직이 25.1%로 가장 많았고, 생산직 근로자가 22.9%로 노동자들이 집회·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그 뒤를 청년 학생(20.4%), 지역 주민·소비자(12.8%)가 잇고 있다. 시기별로 봐도 사무관리직이 주도한 시위는 22~28%로 꾸준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생산직 노동자는 IMF 직후 대량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37.8%로 급상승한 경우를 제외하면 18~21% 정도였다. 장애인·여성·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자들의 시위는 노태우 정부 시기 2%대에서 노무현 정부 때는 8%대로 늘어났다. 정치적 능력이 있는 고학력층이 시위를 주도하고, 소외계층은 시위에서도 소외되는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치적 시위’가 ‘경제적 시위’보다 많아=정치·경제를 목표로 한 2467건의 시위 중 58.5%가 정치 이슈와 관련된 것이었고, 41.5%는 물질적 보상·경제정책 수정 요구 등 경제 이슈였다. 사무관리직의 시위에서는 특정 정치인의 사퇴 등 정치적 책임을 묻거나(47.6%), 정책적 차원의 항의시위 (42.4%)가 대부분이었다. ‘정치 이슈 쏠림 현상’은 청년·학생단체나 지역운동단체가 중심이 된 시위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협상·조정 시 요구 관철 비율 높아=보도된 시위 중 협상·조정 시도가 이뤄진 사례는 적었지만 그 효과는 컸다. 2375건의 시위 중 협상이 진행된 사례는 17%, 조정 시도가 이루어진 경우는 10.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 간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시위의 요구안이 수용된 비율은 92.7%였다(전면 수용 35.5%, 부분 수용 52.3%, 수용 약속 5.0%). 제3자에 의한 중재나 조정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85.2%가 시위 참가자들의 부분·전면적 요구 반영을 이끌어냈다.
◇촛불집회=EAI는 20년간 시위 분석과 별도로 지난 5월 2일부터 7월 12일까지 진행된 촛불집회도 따로 분석했다. 경찰이 발표한 연인원 55만 명(주최 측 추산 300만)만으로도 역대 최다, 최장 촛불집회였다. 이번 촛불집회에는 72시간 릴레이, 48시간 릴레이 시위처럼 마라톤 시위가 처음 등장했다. 여중생·여고생들이 초반 집회를 주도한 것도 이례적이었고, 넥타이 부대·유모차 부대는 물론 가족 및 연인 단위의 참여도 많아 주목 받았다.
이승녕·송지혜 기자
◇분석=김선혁(동아시아연구원 민주주의센터 소장ㆍ고려대), 정한울 · 신영환 연구원, 정원칠(피오리서치), 조성은(고려대)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