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ㆍ하버드 유럽학연구소 시민사회 데이타뱅크 구축 프로젝트
집회시위로 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노 정부, 불법시위에 가장 물렁했다
지난 20년간 불법시위에 대해 가장 관대했던 정부는 노무현 정부였다.
본지가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함께 한국에 민주화가 이뤄진 1988년부터 2007년까지 20년 동안 주요 시위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불법시위에 대해 김대중 정부가 가장 강경했고, 노무현 정부가 가장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중앙일보·한겨레신문·주간조선·한겨레21 등 4개 매체에 보도된 주요 시위 7431건이었다. <관계기사 5면>
◇불법시위 대처 방식=불법시위(건물이나 도로를 무단 점거하거나 경찰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시위)에 대해 강경 진압한 비율은 노태우 정부 때 55.8%에서 김영삼 정부(67.4%), 김대중 정부(71.1%)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노무현 정부 때는 35.6%로 급격히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가 불법시위를 용인했다는 비판에 무게를 실어주는 결과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시위대가 집회 후 차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시위를 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경찰은 이를 수수방관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시위 도중 경찰의 이를 부러뜨린 모 회사 노조원의 영장이 기각되는 등 폭력시위 사범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2006년 12월 검찰이 주요 영장 기각 사례를 수집하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엔 민주 정권이라는 정통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불법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반면 노무현 정부 때는 정권 실세들과 시위 주도자들의 코드가 맞아 강경 대응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쏟아져 나온 것도 직전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해 해석될 수 있다. 즉 거리 점거와 경찰 폭행 등 불법집회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이 노무현 정부의 관대함과 비교됨으로써 과잉으로 비춰졌다는 해석이다.
◇거리 시위 비율 늘어=민주화 초기인 노태우·김영삼 정부 시기에는 집회·시위 중 거리시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슈에 따라 50%대를 넘나들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 감소세를 보이다 2000년에는 12.9%까지 떨어졌다. 거리시위가 급증한 계기는 2002년 동두천 여중생 사망사건이었다. 2002년 집회·시위 중 거리시위 비율은 72.8%에 달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더 늘어나 5년 평균이 75.2%였으며, 특히 집권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87.2%까지 치솟았다. 10건 중 9건 가까이가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얘기다.
이승녕·송지혜 기자
◇강경 진압 기준=EAI 는 정부가 전투경찰을 투입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거나 연행하는 등 물리적인 충돌이 있는 경우를 강경 대응으로 분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