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언론자유의 중요성을 폭넓게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해 경향신문이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국제여론조사기관인 세계여론네트워크(WPON) 및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과 공동으로 실시한 국제인권의식 여론조사 결과다. 3일 ‘세계 언론자유의 날’을 앞두고 전세계에 공개된 이 조사는 러시아·영국·우크라이나·프랑스, 중국·인도·인도네시아·한국, 미국·멕시코·아르헨티나·페루, 아제르바이잔·요르단·이란·터키·팔레스타인, 나이지리아·이집트 등 5대륙 20개국 1만812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언론자유 중요성’ 공감=세계인 10명 중 8명은 언론자유 중요성에 공감했다. 페루·멕시코·아르헨티나·한국 등 3세대 민주화국가에서도 언론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컸다. 정치적 자유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있는 중국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85%에 달했다. 반면 터키·인도네시아·이란과 같은 이슬람 국가나 우크라이나·러시아 등 구소련권, 인도 등에서는 언론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자국 현실에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언론자유가 매우 잘 보장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 평균 30%에 그친 반면 “약간 보장되고 있다”는 응답이 41%에 달했다.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특히 중국의 경우 공산당과 당국에 의해 높은 수준의 언론통제가 유지되는 현실과 인민들의 언론자유에 대한 높은 기대가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전세계적 논쟁이 된 ‘정부에 의한 인터넷 통제’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응답자 60%가 콘텐츠의 유해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가 사이버공간을 감찰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정치적 안정을 위한 언론통제’ 역시 더이상 언론통제의 빌미가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언론인식 ‘선진국 수준’=한국은 응답자의 64%가 “언론자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언론자유가 잘 보장되고 있다는 응답자는 27%에 불과했다. 정 부소장은 “우리 국민은 정부와 언론사주가 언론에 이중으로 간섭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다”면서 “언론자유에 대한 요구가 높은 20~30대 젊은층 및 고졸·대학재학 이상 학력자를 중심으로 언론자유를 확대하자는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로 국가보안법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북한 출판물에 대한 접근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73%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26%)는 응답을 상회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08년 1~2월에 걸쳐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최대 ±4.0% 오차범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