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향신문·메릴랜드大·EAI국재여론조사-(2) 에너지 위협
석유고갈 걱정 한국이 97% 가장 높아
중산층·젊은 세대일수록 전망 더 비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3차 오일쇼크’를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미 메릴랜드 대학의 월드퍼블릭오피니언(WPO)·경향신문·동아시아연구원(EAI)이 20일 공동으로 세계 16개국 1만4896명을 상대로 실시한 에너지 위협에 관한 인식 조사에서 79%가 “향후 10년간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중 ‘매우 오를 것’이라는 응답도 55%나 됐다. 특히 한국인은 석유에너지 고갈에 대한 우려가 97%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고유가에 대한 국제여론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기름값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인 응답자의 63%는 향후 10년 동안 유가에 대해 ‘매우 오를 것’이라고 응답했다. 프랑스 응답자는 무려 81%가 유가급등을 내다봤다. 한국은 56%가 ‘많이 오를 것’으로, 31%가 ‘약간 오를 것’이라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87%가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제유가의 상승을 반길 수밖에 없는 이란·나이지리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은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 비율 및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신흥 경제강국으로 석유자원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인도에서는 유가상승 전망이 높지 않았다. 중국은 유가가 ‘매우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29%에 그쳤다. 중국과 자원외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인도 역시 조사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유가상승 전망은 고유가 행진이 계속된 탓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석유자원의 고갈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개국 전체 응답자 평균 70%가 ‘석유자원이 고갈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석유 고갈 걱정은 석유 수입국에서 대체로 높았다.
특히 해외 무역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은 고갈에 대한 우려가 97%였으며 그 다음 프랑스 91%, 영국 85%, 멕시코 83%, 미국 76%를 기록했다. 하지만 산유국은 석유자원 고갈문제를 체감하는 정도가 석유 소비국에 비해 약했다.
정한울 EAI 부소장은 “석유 수출국 국민들은 자국 정부가 석유 고갈 대비에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런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은 곧 이들 정부가 여론을 고려해 석유 공급을 확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올라도 석유 공급을 동결·축소해야 한다는 산유국내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고유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의 에너지 위협인식
한국인 응답자 600명 가운데 향후 10년간 유가 전망 질문에 대해 ‘매우 오를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55%였다. 소득별로 보면 월소득 200만~399만원 수준의 중산층은 57.1%가, 400만~499만원 수준의 중상위층은 65.4%가 큰 폭의 유가상승을 전망했다. 중산층 상당수가 차량 및 주거난방용 기름 수요가 적지 않고, 유가가 오르면 이를 감당할 여력이 크지 않아 유가 전망에 더 비관적인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로 보면 20·30대 젊은층일수록 국제 고유가 시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정 부소장은 “이들 세대는 소득분위로는 중산층에 속하면서 국제사회의 동향에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과 정보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 응답자의 79%는 정부의 석유 에너지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