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2008 / 대표경제경영학자 100인 설문조사
"노무현 정부 최대 실패 요인은 아마추어들의 무능이었다."(김수용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실력보다 코드 우선으로 전문가를 선별해 사용하면서 전문가 풀을 운영하는데 실패했다."(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008년 새해. 노무현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명박 시대가 새로 문을 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ㆍ경영학자들은 노무현 정부에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결과는 냉혹했다.
매일경제가 동아시아연구원(EAIㆍ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과 공동으로 피오리서치에 의뢰해 대표 경제ㆍ경영학자 100명에게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평균 36점에 그쳤다.
40점을 꼽은 의견이 전체 28.1%로 가장 많았으며 30점, 10점 등이 뒤를 이었다. 0점으로 평가한 학자도 있었다.
50점 이상을 준 응답자는 전체 8.2%에 불과했다.
대다수가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황순영 세명대 겸임교수는 "진정성은 있었지만 정부 인사들끼리 폐쇄된 사고방식과 시각에 맞춘 인사와 정책 아이디어로 균형감각 확보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재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형평성을 강조하느라 경제정책에서 선택과 집중을 못했다"고 평했다.
세부 정책 가운데 가장 혹평을 받은 것은 부동산 정책이었다. 참여정부 동안 경제 분야에서 가장 못한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전체 29.7%가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다음으로 성장잠재력 향상 정책, 기업 정책, 조세ㆍ재정 정책, 실업 대책이 뒤를 이었다.
김동운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부 참신한 정책 가운데 정부 주도, 인위적 균형, 가시적 성과에 대한 집착으로 원래 취지가 퇴색된 사례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창양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참여정부는 한마디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없는 형식적 분배 정책을 추진한 전형적인 경제운용 실패 사례"라고 평했다.
이 같은 인식은 정책별로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우선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D"학점이 매겨졌다.
학자 10명 중 8명이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결과다. 이밖에 재정ㆍ조세 정책, 기업 정책, 실업 대책, 경제양극화 대책, 성장잠재력 향상 정책이 D학점을 받았다.
함정호 한국은행 연수원 교수는 "각종 세제 및 제도 정책에 행정 편의와 비상식이 잠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속한 변화를 추구하면서 경제 불평등 문제는 오히려 심화됐다"고 말했다.이밖에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에 대해 "구호만 요란했을 뿐 실적이 없었다"는 한양대 이상빈 교수의 평가가 있었다.
외자유치 정책,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평범했다"는 평가 속에 C학점을 받았다.
참여정부로서는 그나마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정책 추진에서 B학점을 받은 것이 위안거리다. 한ㆍ미 FTA를 타결시킨 것이 주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FTA 등 통상 정책은 참여정부 기간 가장 잘한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서 37.5%로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참여정부 정책이 전반적으로 혹평을 받으면서 대부분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 폐기되거나 대폭 약화돼야 한다고 지적됐다. 참여정부 정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를 100점,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를 0점으로 했을 때 많은 정책이 계승도에서 20점대에 그쳤다.
기업 인수ㆍ합병(M&A) 규제, 3불정책 등 대학입시 정책, 고교평준화 정책, 공무원 증원 등이 20점대를 받았다. 또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집단 규제, 부동산 규제, 각종 지방 혁신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 행정복합도시 건설, 금산분리 정책은 30점대를 받았다. 남북경협 확대와 지역균형발전은 40점대로 그나마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배진영 인제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차기 정부는 지난 정권의 시장경제 훼손을 조금씩 치유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인 시장친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가 승계해야 한다는 응답이 반대보다 더 많았던 정책은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정책, FTA 추진에 그쳤다.
그나마 참여정부가 이념적 배경 없이 추진한 정책들이다.
하성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외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양방향 개방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운 동의대 교수는 "일부 잘한 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 발전적으로 계승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저변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어떻게 했나
◇조사기간=12월 20~27일(7일간) 참여인원 65명
◇조사방식=피오리서치 온라인 설문조사 시스템 사용
◇설문 대상자=청람상(한국경제학회), 학술원ㆍ문화관광부 우수도서상, 통합경영학술대회논문상(한국경영학회), 한미경제학회 이코노미스트상 수상자 등으로 매경-EAI 공동으로 2004년 이후 운영 중인 대표 경제ㆍ경영학자 100명 고정 패널. 이 가운데 대선 캠프 참여 인사 등 가급적 배제해 중립성 확보
◇설문 작성=EAI 경제추격연구센터ㆍ피오리서치ㆍ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