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에 비해 이번 대선에서 정치권의 합종연횡 효과는 미미했다. 정몽준 전 무소속 의원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이명박 후보 지지 선언, 심대평 전 충남지사의 이회창 후보 지지 선언은 외연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정 의원과 JP의 지지 선언 이후 전체 응답자의 14%만이 "이명박 후보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답했다. 62.7%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 18%는 "이전보다 이 후보를 더 싫어하게 됐다"고 각각 반응했다. JP의 이명박 후보 지지 선언에 대한 부정적 효과는 충청권이 전국 평균보다 더 높았다.
심 전 지사의 이회창 후보 지지 역시 응답자의 75.7%가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후보를 더 좋아하게 됐다"는 응답이 7.7%, "오히려 싫어하게 됐다"는 응답이 10.3%였다. 심대평-이회창 연합은 충청권에서도 파괴력이 낮았다. 긍정적 영향력이 9.1%인 반면 부정적 영향력은 10.7%, "거의 영향력이 없다"는 응답이 77.4%에 달했다. 정파 간 합종연횡이 지지층 외연 확대로 이어져 승리로 귀결된 2002년 대선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정치적 연대는 핵심 지지층의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기여했을 뿐이다.
이번 선거에선 도덕성과 네거티브 공세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체 응답자의 51.5%가 "후보의 능력과 경력을 보고 투표하겠다"고 답했으나 "도덕성"을 선택 기준으로 꼽은 응답자는 18.6%였고, 소속정당은 11.7%였다. 특히 이명박 후보 지지자 가운데 "능력과 경력"을 선택 기준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8.5%인 반면 "도덕성"은 1.5%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명박 후보 지지자 중 도덕성 기준을 꼽는 응답 비율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만 후보의 도덕성을 으뜸 선택 기준으로 꼽았을 뿐 다른 정당의 지지자들은 경력과 능력을 우선하겠다고 했다. 요컨대 능력 있는 대통령에 대한 선호가 후보 선택 기준에 영향을 미쳤고, 현재 지지하고 있는 후보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권혁용 고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