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년째 변화 외면…대학 NGO

  • 2007-11-01
  • 홍주의기자 (문화일보)

<창간 16주년 특집-‘KOREA 2.0-대학 ·NGO>
20년째 변화 외면… 신뢰도 영향력도 ‘위기’
대학 수업료 세계 3위 수준에 인재육성은 바닥권

 

1987년 이후 각 분야에서 다양한 담론을 쏟아내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었던 대학과 노동조합, 시민단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참여와 공유가 핵심인 새 시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예전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20년이 지난 2007년 대학·노조·시민단체의 모습은 기존 패러다임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내 보였다.


◆‘고비용 저효율’된 대학교육=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7년 교육지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4년제 국·공립 대학 연평균 수업료는 국가별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 지수(PPP) 기준으로 3883달러를 기록해 36개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사립대도 7406달러로 미국, 터키, 멕시코, 호주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5월 1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 321곳의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대졸 신입사원 업무능력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48.5%가 C학점 수준인 70~79점이라고 대답했고, 60~69점이라는 응답도 12.7%였다.

 

대학이 취업 실무지식만을 가르치는 곳은 아니지만 졸업생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아예 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 늘고 있다. 국제교육진흥원이 발표한 ‘2007년도 대학이상 국외한국인 유학생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유학을 떠난 성인은 지난해 19만364명보다 14.5% 늘어난 21만7959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어학연수를 떠난 인원만 9만3994명이었다.

 

◆외면받는 전투적 노동운동=한국노동연구원 오계택 박사는 지난 9월 ‘87년 이후 노동 20년’ 토론회에서 ‘의식 조사로 본 노동 20년’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오 박사가 20세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노사관계에 대해 물어 1989년 조사와 비교한 결과 노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대답은 67.0%에서 41.3%로 줄었고, 과도하다는 응답이 32.4%에서 57.1%로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 추가된 ‘최근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가 지나치다’는 설문에는 70.3%가 동의했고,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조합 활동의 자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도 74.1%가 찬성했다.

 

노조 활동이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신뢰도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가장 신뢰하는 기관을 묻는 질문에 노조를 꼽은 비율은 5.4%에 불과해 시민단체(41.0%) 언론(15.2%) 종교단체(12.2%) 정부(11.9%) 기업(7.2%)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는 다른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 7월 성인 남녀 1502명을 대상으로 25개 주요 기관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조사한 결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나란히 신뢰도 21위를 기록했다. 영향력은 한국노총이 20위, 민주노총이 22위였다.

 

◆시민 참여 부진속 위기의 시민단체=각종 사회 문제에 참신한 대안을 내놓으며 각광받던 시민단체도 정체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도자와 활동가는 정부조직에 들어가고 이를 메울 시민들의 참여가 부진하면서 현안 대처에 급급한 상황이라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민들의 외면은 재정 위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경희대 비정부기구(NGO) 대학원이 2004년 국제NGO연구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공동으로 펴낸 한국시민사회단체편람에 따르면 회원이 3만5000명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연회비 비중은 전체 예산의 33.3% 수준이었다. 1913년에 설립된 흥사단도 연회비 비중은 20%였다.

 

시민단체 간 각종 연대 활동이 ‘이름 빌려주기’식으로 이뤄진다는 자성도 있었다.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가 2005년 시민단체 관계자 102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80.9%가 시민단체 간 연대활동에 대해 ‘매우 활발하다’고 답한 반면 ‘실질적인 의사 소통은 부족하다’는 응답이 44.6%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