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이명박쪽, 앞에선 "찬성" 뒤에선 시간끌기…50%대 지지율, 도덕성 변수
대선 시계는 58일을 남겨두었다. 주요 아침신문들은 22일자 지면에 대선 전망 기사를 내보냈다. 국민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 등은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여전하다. 국민일보 조사를 제외하면 5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러나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국내에 송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다. 이명박 선거캠프도 긴장한 것일까. 앞에서는 "법대로 하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뒤로는 김씨 송환을 방해하는 행태가 다시 언론에 적발됐다.
다음은 22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세계경제 "저물가 호황" 저문다>
-국민일보 <도덕적 문제 생겨도 이명박 34%로 1위>
-동아일보 <중 향후 5년 화두는 "경제체질 강화">
-서울신문 <우리경제 "먹구름" 드리우나>
-세계일보 <"대통령의 권력 당과 함께 나눠야 내각에 국회의원 대폭 기용">
-조선일보 <자이툰 파병연장 범여 신당은 반대>
-중앙일보 <39억 쓰고 취업률 3.9% 뿐>
-한 겨 레 <이명박쪽 또 김경준씨 송환 연기신청>
-한국일보 <중앙아시아발 신패권전쟁>
1년 이상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 단독 질주를 하고 있는 자신감 때문일까. 이명박 후보가 BBK 사건과 관련해 "큰소리"를 치고 있다. 김경준씨가 한국에 돌아와서 검찰 수사를 받는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일보는 22일자 6면에 <이 "김경준 언제 오든 상관없다" 큰소리>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국일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20일 경기 구리시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한국노총 경기본부 체육대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순리대로, 법대로, 대한민국에서 죄를 저질렀으면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조치를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옵셔널 벤쳐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미 연방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김경준 전 BBK 대표의 대선 전 귀국설에 대해 "언제 오든 상관없다"며 거듭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이명박 후보 쪽 한국 송환 막아달라는 신청 다시 내"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큰 소리"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의 측근 중에 측근으로 불리는 김백준씨가 다시 한번 김경준씨 송환 연기를 신청한 사실이 언론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1면 <이명박 쪽 또 김경준씨 송환 연기신청>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쪽이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한국송환을 막아 달라는 신청을 미국 법원에 다시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씨의 송환 일정이 늦춰질 것으로 보여, 대선 전 귀국도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특히 이 후보가 국내 언론에 여러 차례 김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는 가운데 이런 신청이 잇따르고 있어 이 후보 발언의 진실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김경준 다음 달 27~28일쯤 송환"
한겨레는 대선 전 귀국이 불투명하다고 했지만 조선일보는 구체적 시기를 못박아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6면 <미 "김경준씨 내달 27∼28일쯤 송환될 것">이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측 변호사가 지난 19일 또다시 김경준 전 BBK 대표의 한국송환 유예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미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씨는 다음 달 27, 28일쯤 송환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후보가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일보는 <후보 다르고 캠프 다른 "김경준 송환"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앞에서는 김씨의 송환에 찬성하고 뒤로는 반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국민은 이 후보가 의혹을 털고 대선에 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이중 플레이"는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행동이다. 58일만 버티면 차기 대통령은 자신의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주요 아침신문이 전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 후보의 자신감이 나름의 근거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일보-세계일보 조사, 이명박 지지율 54%대
이 후보는 여전히 50%대의 지지율을 보이며 단독 질주를 이어갔다. 중앙일보는 1면 <이명박 54.2% 정동영 15.3%>라는 기사에서 "중앙일보-SBS-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의 대선 패널 3차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54.2%를 기록했다. 조사는 유권자 2524명을 대상으로 17∼20일 실시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설문은 대통령 후보 중 누굴 선택할 것인지를 물어보는 내용이었으며 이 후보는 54.2%,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15.3%, 창조한국당(가칭) 문국현 후보 7.2%,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2.3%, 민주당 이인제 후보 2.3%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도 1면 <이명박 54.5% 정동영 16.2%>라는 기사에서 "세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R&R)"와 공동으로 지난 18, 19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후보는 54.5%, 정 후보는 16.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지지율 꺾이면 대선 "적신호"
세계일보는 ""창조한국당(가칭)"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는 5.3%,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3.8%,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3.6%였으며,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와 이수성 전 총리, 정근모 전 명지대 총장 등 군소 후보는 1% 미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다른 후보와 3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말 그대로 단독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에게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라톤에서도 너무 일찍 단독 질주에 나서다 보면 선두에 선 사람이 더 초조하기 마련이다.
이 후보가 50%대 지지율을 대선 때까지 이어간다면 좋겠지만 지지율이 꺾여서 40%대로 떨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40%대 지지율 역시 높은 수준이지만 독주체제에 균열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수치이다. 40%대 초반이나 30%대 후반까지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이 후보에게도 대선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도덕성 문제 있을 경우 이명박 지지율 34%
이 후보 지지율 변화의 변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 후보는 도덕성에 있어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분을 받고 있다. 그러나 BBK 등 주요 관심 사안에 있어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현재의 지지 흐름이 이어질 것인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국민일보는 1면 <도덕적 문제 생겨도 이명박 34%로 1위>라는 기사에서 "도덕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지층에서 가장 높아 이 후보 지지층의 충성도가 다른 후보들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단순 지지도 질문에도 한나라당 이 후보는 49.6%로 가장 높았고 정 후보 16.9%, 문 전 사장 8.0% 순이었다"면서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글로벌리서치에 의해 전화 면접을 통해 이뤄졌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이다. 응답률은 22.8%다"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BBK 의혹 사실일 때 26.4% 이명박 지지철회"
도덕적 문제가 있어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1위이며, 충성도 역시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감지된다.
국민일보는 4면 <능력보다 정직성 등 "인격" 우선 고려>이라는 기사에서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후보 선택 기준으로 "정직성 등 인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개인 능력보다 정직성에 대한 고려 수준이 다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덕성에 대한 이명박 지지층의 "인내심"은 어디까지일까.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는 3면에
경향신문 "BBK 엄정한 수사 이뤄져야"
중앙일보는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올 대선에 미칠 영향을 물었다. "BBK 주가조작 의혹에 이명박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본 결과 이 후보 지지자의 26.4%가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BBK 사건은 앞으로도 그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BBK 사건으로 이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전부를 규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의혹이라는 점에서 적당한 눈속임이 아닌 정정당당한 자세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경향신문은 < BBK 의혹, 검찰이 책임지고 규명해야>라는 사설에서 "김씨의 귀국이 결정된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정동영 인터뷰"
경향신문은 "후보와 관련된 중요한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유야무야 묻힌 채 대선이 치러진다면 결과적으로 국민의 제대로 된 선택적 권리를 방해하는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향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은 이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나란히 실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