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으로 일컬어지는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문국현(가칭 창조한국당).이인제(민주당) 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는 과연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선 수십만 표의 근소한 차이로 승자가 결정됐지만 이번 대선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도를 모두 합쳐도 이명박 후보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범여권의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가 후보 단일화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합의는 쉽지 않다. 설령 단일화가 성사돼도 이명박 후보를 추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패널조사 결과를 통해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따져 보았다.
조사 결과는 정동영.문국현.이인제 후보의 단일화 조건이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세 후보의 지지율은 동반 상승했다. 정동영(15.3%).문국현(7.2%).이인제(2.3%) 후보의 지지율 총합은 24.8%로 높아졌다. 올 4월 조사에선 10명의 범여권 후보 지지율 총합이 10%를 간신히 넘었었다. 특히 신당 경선 이후 정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점은 여권에 희망적이다.
후보단일화론에 대한 국민 지지도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론에 공감한 응답자는 2차 조사 58.6%에서 3차 조사 59.2%로 변동이 거의 없다. 반면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공감을 표한 응답자는 40.1%에서 50.2%로 늘어났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낙관적이지도 않다. 첫째, 정동영 후보는 신당 경선에서 뛰었던 손학규.이해찬 후보 지지층조차 자신의 지지층으로 흡수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2차 패널 조사에서 손 후보를 지지했던 168명 중 29.2%만이, 이해찬 후보를 지지했던 35명 중 34.3%만이 정 후보를 지지했다. 손.이 지지자의 세 명 중 두 명이 이탈한 셈이다. 둘째, 정동영 후보 지지층의 68.6%, 문국현 후보 지지층의 69%, 이인제 후보 지지층의 63.4%가 후보 단일화에 공감하고 있다. 반면 이명박 지지층 가운데 43.5%, 지지 후보가 없는 부동층 가운데 43%가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공감하고 있다. 이는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도 범여권의 지지층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범여권으로선 이명박 후보에 대항하려면 후보 단일화와 범여권 지지층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영향력 제한적=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높아진 현상은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을까? 1~3차 조사를 통해 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자 중에서 후보별 지지를 물으면 이명박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3차 조사에서도 이 후보 선택 비율이 33.7%로 가장 높았고 정 후보가 25.9%로 다음이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비율도 21.4%나 되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상승이 신당 창당 과정에서 노 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을 꾀했던 정동영 후보 지지로 직결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향후 범여권 후보들이 "노심(盧心.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을 얻기 위해 뛰어야 할지 고뇌가 깊어지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의 67%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는 "노심"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단지 범여권 결집 효과만 있을 뿐 이명박 지지자들을 공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교수 · 서현진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어떻게 조사했나
중앙일보-SBS-EAI-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수행한 대선 패널 3차 여론조사는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됐다.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유권자 2524명을 대상으로 했다. 4월 25~28일 실시된 1차 조사 때의 유권자 패널은 3503명이었고, 8월 10~13일 2차 조사 때는 2911명으로 83.1%, 이번엔 72.1%의 패널 유지율을 기록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무작위 추출을 전제했을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공동조사팀은 같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선 패널 여론조사를 올 12월까지 세 차례 더 할 예정이다.
대선 패널 여론조사팀 명단
동아시아연구원(EAI)=김병국(원장.고려대).이내영(팀장.고려대).강원택(숭실대).권혁용(고려대).김민전(경희대).김성태(고려대).박찬욱(서울대).서현진(성신여대).임성학(서울시립대).진영재(연세대) 교수.정한울.이상협 연구원,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SBS=현경보 차장, 한국리서치=김춘석 부장.박종선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