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급락 땐 후보 교체론 나올 수도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는 경선이 끝난 뒤 다시 손잡을 수 있을까.
두 후보의 싸움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며 당내에선 과열 경선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로 내뱉은 말이 경선이 끝나도 주워담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나갔다는 걱정이다.
관심은 우선 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박 후보가 이 후보를 적극 지원하겠느냐는 데 있다. 박 후보는 최근 합동연설회 때마다 이 후보 면전에서 "매일 의혹이 터지고 변명하는 후보를 뽑았다가 나중에 땅 치고 후회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캠프에선 서울 도곡동 땅 문제가 불거진 이후 아예 이 후보 사퇴론까지 들고 나온 실정이다. 이 때문에 경선 뒤 박 후보가 이 후보를 도와주려면 기존 발언을 철회하고 180도 달라진 자세로 이 후보의 지지를 호소해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후보가 경선에서 이겼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의 전폭적 지원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 후보 측은 박 후보 측이 "터무니없는 생떼"로 이 후보를 흠집 냈다고 믿고 있다. 캠프에선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려온 이 후보가 박 후보 측 "생떼" 때문에 막판에 역전패당했다고 느낀다면 심리적 반발감이 크지 않겠느냐"고 얘기한다.
하지만 낙관론자들의 다른 전망도 있다. 이번 대선에 도입된 "경선 불복 금지 조항" 때문에 경선에 탈락한 사람의 본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빅 2" 중 누구도 경선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바로 탈당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경선 후유증은 좀 있겠지만 예상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며, 승자에게 급격히 대세가 쏠려 당이 안정될 것"이란 얘기다.
탈당과 같은 극단적 방법은 아니더라도 불씨는 남아 있다. 이 후보 지지 기반은 수도권의 30~40대고, 박 후보는 영남권의 50~60대로 뚜렷이 나뉘기 때문에 분열의 화약고가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 후 4개월 만에 18대 총선(2008년 4월)이 치러지기 때문에 경선에 패배한 측도 공천에 대비해 일정한 세력을 형성해야 하고, 이런 현실이 분열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1998년 이회창 총재의 당권 장악 후 한나라당에서 사라졌던 "계파 정치"가 부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16일 "경선에서 패배한 쪽이 당장 움직이진 않겠지만, 10~11월께 당선된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후보 교체론을 들고 나올 수 있다"며 "2002년 하반기 민주당처럼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측 대립은 지지층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앙일보.한국리서치의 대선 패널 2차 조사(15일) 결과 한나라당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가능성이 절반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것도 "빅2"의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가 이길 경우 박 후보 지지자 중 48.9%가 본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가 승리할 경우엔 이 후보 지지층 가운데 58.9%가 박 후보를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당 중립성향 인사들의 모임인 "중심모임"은 이날 "당내 경선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분열되고 허둥대는 정당에 국민이 계속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착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며 "정권 교체를 실현하기 위해 상대방을 향해 퍼붓는 막말부터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