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사설] 이명박·박근혜, 과연 수권(受權) 능력 보였나

  • 2007-08-17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戰전이 1년 가까운 경쟁 끝에 오늘 밤 12시로 막을 내린다. 19일 후보들에 대한 투표와 여론조사가 이뤄진 뒤 20일 전당대회에서 당선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대선 후보 경선은 후보들이 受權수권 능력을 경쟁하고 검증받는 기회다. 한나라당이 각각 네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TV토론회, 열세 차례의 전국 순회 합동유세를 갖고, 정당 사상 처음으로 후보 검증 청문회까지 열었던 것도 이런 목적에서였다.

그러나 그 긴 기간이 모두 지난 지금 유권자들 머릿속에 남은 것은 이 후보 하면 ‘땅’, 박 후보 하면 ‘최 목사’뿐이다. 두 사람은 검찰을 땅 싸움, 최 목사 싸움의 ‘심판관’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막판에는 완전히 ‘너 죽고 나 죽자’식으로 ‘진흙밭 개싸움’을 벌였다. 유권자들이 정나미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이상한 일이다.

서로의 이마에 ‘수권 무능력자’의 불도장을 찍은 것은 두 사람 자신들이다. 두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나 기대는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게 이·박 두 사람의 본모습과 실력일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대선 후보로 당선되든 12월 19일에 대통령은 되기 어려울 것이다.

경선 기간 동안 한 사람의 지지도는 곤두박질치고, 한 사람의 지지도는 몇 달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이 후보 지지자 중 58.9%, 박 후보 지지자 중 48.9%가 ‘지지후보가 지면 아예 다른 당 후보를 찍거나 투표를 포기하겠다’(한국리서치 13일 조사)고 하는 판이다. 두 후보가 경선을 통해 자기들 손으로 한나라당 ‘필승론’을 완전히 허물어 버렸다.

두 후보는 말로는 “경선에서 지면 승복하고 승자를 돕겠다”고 한다. 18일 밤까지 “김대업보다 더하다” “당장 후보 사퇴하라”고 저주를 퍼붓다가 20일 이후에는 얼굴을 싹 바꿔서 ‘저 사람 대통령 시켜 달라’고 부탁하고 다니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두 사람의 성격과 품성에서 돌연히 그런 관용과 희생이 피어날 리도 없겠거니와 입에 발린 소리 한두 마디 한다 해서 국민이 믿지도 않을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두 사람의 행태를 보면 경선 후에도 패자는 승자의 뒤에서 어떻게 낙마시킬 수 없을까 온갖 궁리를 다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도 오는 20일 승자가 된 사람은 두 손을 높이 치켜들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오물투성이가 된 그 얼굴을 바라보며 혀를 찰 것이다. 이것이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