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전문가 분석] 여성유권자 , 여성대통령 Yes

  • 2007-05-03
  • 김민전 (SBS)

여성의 ‘정치적 독립선언’ 보인다

 

‘여성이 여성을 찍지 않는다.’ ‘여성은 남편과 동일하게 투표한다.’ 여성의 투표와 관련해 널리 퍼진 속설이다. 그러나 2007년 대선을 앞둔 여심의 흐름은 기존의 속설을 보기 좋게 폐기처분하고 있다. 대선주자 빅2인 이명박 전시장과 박근혜 전대표의 지지율을 보면, 남성은 이 전시장을 여성은 박 전대표를 더 선호하고 있다. 남성 응답자의 45.2%, 여성 응답자의 43.6%가 이 전시장을 지지하고 있는 반면, 남성 응답자의 19.2%, 여성 응답자의 25.2%가 박 전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별 지지율의 차이는 20, 30, 40대에서 놀라울 정도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20대 남성의 17.1%가 박 전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20대 여성의 24.4%가 지지하고 있다. 30, 40대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져 여성의 지지율이 남성의 두 배에 육박한다. 30대 여성 응답자의 23.3%, 40대 여성의 23.3%가 박 전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반면, 30, 40대 남성 응답자의지지율은 12.6%와 15.4%에 그친다. 그러나 50대 이후에서는 상황이 역전된다. 50대 여성의 23.8%, 60대 여성의 31.3%가 박 전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50대 남성의 25.0%, 60대 남성의 33.1%가 박 전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 전시장의 지지율에서도 일부 발견된다. 20대 남성과 여성 응답자의 각각 51.9%와 40.9%가 이 전시장을 지지해 남녀 응답자의 지지율의 차이가 11%포인트나 된다.(그림1,2)

 

 

20, 30, 40대에 있어서의 성별 지지율의 놀라운 차이는 본격적인 고등교육을 받은 이 세대의 여성들이 성(性)인지적인 정치의식을 형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이 여성을 더 잘 대표한다는, 여성의 정치적 역할모델이 필요하다는 성인지적 정치의식에 눈뜨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대표는 물론, 강금실 전법무장관, 한명숙 전총리 등의 정치적 부상은 여성정치인을 구색 맞추기쯤으로 여기던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것인데, 그 근저에는 젊은 여성유권자들의 의식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은 정치적 이슈에 있어서도 남성과 구분되는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남성과 비교할 때 경쟁과 효율성보다는 조화와 약자의 보호, 질서의 유지보다는 관용을 더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편하더라도 집회나 시위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소득분배가 성장보다 중요하다’ 라는 의견에 여성은 남성보다 높은 찬성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국내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외교정책을 해야 한다’ 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높은 찬성율을 보이고 있다.(그림3) 이러한 성별 정치적 이슈에 있어서의 차이는 모두 통계학적 유의미성을 지니고 있지만, 특히 20,30,40대에 있어서 성별 입장의 차이가 뚜렷하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여성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성인지적 정치적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의 여성유권자들도 서구의 여성유권자들처럼 사회의 주요한 정치적 균열축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다수여성의 정책적 입장과 여성후보의 정책적 입장이 상충할 경우 고민에 찬 선택도 해야 하게 되었다.

 

김민전 경희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