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전문가 분석] 범여권 대연합

  • 2007-05-03
  • 이내영 (SBS)

한나라당 경선 이후 내홍 가능성 높다

 

한나라당 유력후보들의 지지율의 우세 속에서도 누구도 대선의 결과를 쉽게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범여권의 반한나라당 연합의 성사 가능성과 한나라당 내분이라는 변수가 아직 잠복되어 있기 때문이다. SBS · 중앙일보 · 동아시아연구원 ·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조사한 1차 패널 여론조사 결과는 여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범여권 반한나라당 연합의 가능성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비한나라당 지지자 및 무당파층의 다수는 열린우리당보다 한나라당을 더 싫어해 

우선 반한나라당 연합의 가능성부터 살펴보자. 유권자들에게 좋아하는 정당과 싫어하는 정당을 물어본 결과를 비교해보면 전체 응답자의 42.2%를 차지하는 한나라당 선호층의 과반수에 약간 못 미치는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을 싫어하는 정당으로 꼽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자 56.8%를 비롯하여 민주당 지지자 45.1%, 민주노동당 지지자 57.9%, 국민중심당 지지자 40%가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서 한나라당을 꼽고 있다. 이는 범여권이 반한나라당 연합을 결성할 경우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표1]

반한나라당 연합이 당장 현실화되기 어려운 조건

그러나 한나라당 이외의 정당 지지자나 무당파층에서 한나라당 비토정서가 있다고 해서 반한나라당 연합이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움이 많다.

첫째, 반한나라당 연합을 추진할 중심세력이 없는 것이 문제다. 반한나라 연합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들의 지지율을 보면 열린우리당 11.8% 민주당 5.1%이고 통합신당모임 등은 미미한 지지율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체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선호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파 층에서도 절반 가까이(45.3%)는 싫어하는 정당도 없다고 밝혀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후보 중심의 반한나라연합 시나리오도 현재로서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나라당 소속 대선 후보들의 강세에 비해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도는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정 후보를 구심점으로 반한나라 연합이 결성될 여지가 적다.

셋째, 현재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지 않을 경우 누구를 지지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후보중심 연합의 중심으로 거론되는 손학규 후보,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조차 이들이 대선에서 출마하지 않는다면 다음으로 지지할 후보로 한나라당 후보를 많이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 범여권 후보 중심의 연합이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나타낸다. 

현재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 중에서 손후보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32.5%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고, 정동영 후보로 지지를 옮기겠다는 사람이 13.5%, 박근혜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 11% 순이었다. 정동영 후보 지지자의 경우도 정후보 불출마시 25.6%가 이명박 후보로, 18.3%는 박근혜 후보로 지지를 옮기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사퇴했지만 이번 조사에서 정운찬 후보 지지를 밝힌 사람(1.3%, 44명)중 22.2%는 손학규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다음으로 이명박 후보(17.8%), 정동영 후보(13.3%) 순으로 지지를 옮기겠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범여권 후보의 지지자들의 경우 전체 범여권 후보군 중에서 후보를 정하겠다는 생각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의 여론만 놓고 보면 범여권이 결집하더라도 후보 선정과정에서 다수는 한나라당 후보 지지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범여권 집결의 응집 효과를 상당히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연합에 희망을 걸고 있는 현 여권 지도부로서는 곤혹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내영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소장 · 고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