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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후 북한 핵폭주 겹치며 안보공조 진전…군사정보협정까지 체결

한일·한중관계 1년새 극적 역전…전문가 "국익 기본으로 균형외교 펴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오는 28일로 타결 1년을 맞는 군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역사인식 갈등 속에 악화일로를 달렸던 한일관계의 변곡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안부 합의 전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아 보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고, 그 이듬해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과오를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1993년)를 검증하는 등 역사 수정주의 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한 채 국제사회를 향해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여기에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남녀관계에 연결짓는 듯한 내용을 담아 칼럼을 쓴 산케이 신문 기자가 한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일을 포함, 양국민의 감정을 건드리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한국내 반일 감정이 타오르는 동안 일본에서도 혐한 감정이 들불처럼 확산했다.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데 대한 반발감까지 더해지자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정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2013년 2월) 후 2년 8개월여 한일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데서 보듯 당국간 관계가 냉각됐을 뿐 아니라 민간의 정서도 동시에 얼어붙었다.

 

결국 2015년 11월 2일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 삼아 서울에서 첫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이 같은 흐름에 1차로 브레이크를 걸었고 그로부터 1개월여 뒤 위안부 합의로 전환점을 만들었다.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국내 여론의 반발이 강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 합의를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 쪽으로 급선회했다. 북한이 올해 들어 1월 6일과 9월 9일 두 차례 핵실험을 실시하고 20회 이상 탄도미사일 시험을 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는 와중에 한미일 공조 필요성이 커지면서 한일간 협력의 흐름은 탄력을 받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와중에, 여론의 비판을 감수해가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11월 23일 체결한 것은 롤러코스터를 탄 박근혜 정부 한일관계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로 남았다.

 

위안부 합의 후 1년간 이뤄진 한일관계의 개선은 우선 민간 교류에 숨통을 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겐론 NPO(言論 NPO)'가 지난 6∼7월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느낀 한국 응답자 비율이 작년 대비 11.5% 포인트 줄어든 61%였고,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받은 일본 응답자 비율도 지난해(52.4%)보다 감소한 44.6%를 기록했다.

 

급감 추세였던 방한 일본인 숫자도 올해 1∼11월 약 210만명을 기록, 작년 한해 집계인 183만여명을 일찌감치 넘어서며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한일관계 개선은 한미일 공조를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에 일정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런 기대 속에 앞으로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과 국군-자위대 간의 교류 확대 등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한미일 공조 강화를 목표로 일본과 가까워지는 동안 중국과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북핵 위협에 대응키 위한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한중관계 악화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 외교는 1년여 전 '중국에 치우쳤다'는 말을 들을 때와는 정반대 양상으로 '균형 잡기'를 요구받고 있다.

 

아울러 한일관계 개선에 주력했던 박근혜 정권이 최순실 게이트 속에 붕괴 위기에 놓인 것은 한일관계의 향배에 변수로 거론된다. 박 대통령 재임중 첫 방일 기회가 됨으로써 한일관계 개선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연례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가 한국의 정상외교 공백 속에 불발된 것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 등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영수가 나란히 한일위안부 합의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측통들은 내년 대선 결과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위안부 합의 후 지난 1년간의 한일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봐야하지만 '탈선'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이라며 "위안부 합의 등이 향후 국내에서 정치적인 논란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한국이 균형 있는 외교를 하면서 일본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중국도 배척하지 말아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하고 그것을 기본으로 외교정책을 펴는 것"이라며 "어느 나라 편이냐는 논의에 말려들어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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