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 뒤처진 '만년야당 체질' 버려야 산다
| 2015-07-23
김성휘기자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은 "유권자는 더이상 진보·보수만으로 가를 수 없는데 새정치연합은 이념과 선명성을 강조하다보니 현실을 바로 보지 못했다"며 "현 지도부는 큰 그림을 봐야 하고, 이른바 '비노'(비 노무현)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지만 스스로의 책임도 자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2일 전병헌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한 창당60주년 기념사업회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갈등만 부각되는 당의 현실을 딛고 단합의 계기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1955년 창당한 민주당까지 거슬러가며 '족보'를 찾았다.
하지만 이날 아침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선 지난 5월에 이어 또다시 볼썽사나운 격돌이 벌어졌다. 유승희 최고위원이 공개회의는 물론 이어진 비공개 자리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을 거듭 주장하자 이용득 최고위원이 발끈, 고성을 주고받았다. 묵은 계파갈등이 또다시 폭발한 것이다.
이날 벌어진 2가지 상반된 장면은 대한민국 제1야당이 처한 최악의 상황을 보여준다. 선거마다 연전연패로 국민에게 외면받는 것은 물론 총선을 앞두고 내부갈등 심화로 신당 창당이나 분당설도 고조된다. 박근혜정부와 집권 새누리당을 대신할 마땅한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 특단의 개혁이 없으면 영원히 '완생'이 되지 못하는 미생정당으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당 내부에서도 강하게 제기된다.
◇ 뒤처진 정당, 유권자 변화 못읽어
새정치민주연합은 2010년 지방선거 승리 이후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국회의원 재보선(7·30), 올해 재보선(4·29)에서 연거푸 패했다. 특히 4·29선거에선 4곳 중 '0석'이란 굴욕을 맛봤다.
한국갤럽의 정례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정당지지율은 7월 셋째주 22%를 나타냈다. 2월 문재인 대표(사진) 취임 후 '컨벤션 효과'로 29%까지 오른 데 비하면 '기대감'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4·29 재보선 패배 후 지지율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는 정당이란 현실을 다시 드러냄으로써 대안정당으로서 위상을 잃은 것이다.
시대변화에 뒤처진 정당구조와 인적구성, 경제 등 국민생활에 밀착한 공약개발 실패, '호남'이란 지역기반에 대한 딜레마 등이 겹친 결과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에 '올인'하다시피한 뉴미디어 선거를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온라인으론 당원으로 가입할 수 없을 정도로 당 운영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존 당원도 호남 중심, 장년층 위주다. 각종 선거에선 정권심판론을 외치는 도그마에 빠져 오로지 민주·반민주, 부패한 보수에 맞선 진보 결집 구호만으로 승리를 기대해왔다. 경제분야에 무능하다는 인식은 선거마다 발목을 잡았다.
총선을 앞두고 당이 요동치는 바탕에도 이대로는 당의 집권도, 소속 국회의원 각자의 총선 당선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도사린다. 여기에 혁신안과 공천쇄신을 통해 자칫 공천조차 어려울 것이란 일부 의원의 공포가 겹쳤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 분당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 창당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여길 정도다.
◇ 벼락치기 안돼… 노력의 '양과 질' 바꿔야
새정치연합은 벼락치기 선거운동보다 정권을 잡고 정부를 운영할 능력이 있음을 평소에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화두가 된 '혁신'의 요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분야 전문가를 영입하고 유권자 지형변화를 반영한 공약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상황과 이슈별로 필요한 대응을 해낼 수 있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변신로봇처럼 달려야 할 때는 자동차로, 싸울 때는 로봇으로 변신할 만큼 국회의원들과 당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시로 분출하는 이견을 조율하고 때로는 규율을 세울 수 있는 리더십도 요구된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은 "유권자는 더이상 진보·보수만으로 가를 수 없는데 새정치연합은 이념과 선명성을 강조하다보니 현실을 바로 보지 못했다"며 "현 지도부는 큰 그림을 봐야 하고, 이른바 '비노'(비 노무현)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지만 스스로의 책임도 자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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