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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힐러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주말 샌프란시스코의 커먼웰스 클럽에서 '혁신과 미국 지도력'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외교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강연을 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답게 21세기 외교는 더 이상 조끼까지 멋있게 받쳐 입은 양복 차림의 외교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공공 외교라는 것을 강조했다.

특채 파동 매달린다고 국운 열리지 않는다.

'21세기 혁신외교부'로 바꾸는 데

국가 차원의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야…

 

힐러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주말 샌프란시스코의 커먼웰스 클럽에서 '혁신과 미국 지도력'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외교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강연을 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답게 21세기 외교는 더 이상 조끼까지 멋있게 받쳐 입은 양복 차림의 외교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공공 외교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미국 외교의 초당(超黨)적인 장기 비전을 위해서 국방부의 '4개년 국방계획 보고서'처럼 '4개년 외교 및 발전지원 계획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21세기 첨단 기술혁명의 도움으로 지구 공간의 모든 사람과 직접 만나는 혁신 외교를 특별히 강조했다.

 

미국의 노력과 대비하여 동아시아 혁신외교의 시계는 몇 시인가를 잠깐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10월 초 국회에서 행한 소신표명 연설에서 일본이 당면하고 있는 중요 정책과제 중 다섯 번째로 '주체적 외교의 전개'를 강조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안보와 경제 면에서 역사의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으므로 일본은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외교를 일·미동맹, 일·중관계, 동아시아 지역에서 펴나갈 것을 약속하고 있다. 미국이 구사하고 있는 혁신외교의 비전과 언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20세기적 비전과 언어로 당면하고 있는 21세기적 과제를 풀고 있다. 최근 일본과 조심스러운 긴장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중국의 혁신외교 시곗바늘도 일본과 비교하여 크게 앞서 가지 못하고 있다.

 

김성환 신임 외교통상부장관은 곤욕을 치르고 있는 특채 파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사·조직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노력은 21세기 외교부 혁신을 위한 기초 작업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혁신의 최종적 성공 여부는 취임사에서 밝힌 '총력외교', '복합외교', '디지털 네트워크 외교', '소프트 파워 외교'라는 4대 외교 전략을 단순히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인 실천 전략으로 승화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실험은 21세기 한반도의 국운(國運)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아니라 G20의 일원인 중견국가가 보여주는 최초의 21세기 신외교 담론(談論)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합외교'의 앞날은 험난하다. 우선 비전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인적 자원의 절대적 빈곤이다. 한국의 혁신외교 시곗바늘은 현재 결코 일본과 중국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가장 우수한 인적 자원이 외교관의 길에 들어서지만 장기 해외근무를 포함한 특유의 '인사문제'를 푸느라고 평생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속에서 빠르게 복합화되고 있는 세계 변화를 전진적으로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외교부가 명실상부하게 21세기 국가전략의 첨병 역할을 하려면 불균형 혁신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전통외교부가 하루아침에 혁신외교부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관의 강한 지도력과 함께 이제까지 명실상부하지 못했던 정책기획국이 본래의 역할을 찾아서 21세기 외교정책의 기획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국내외의 첨단 기획인력과의 과감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미 국무부가 모든 외교관에게 네트워크적 사고를 훈련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추진하는 것처럼 21세기 한국 외교관들을 복합 네트워크 구축의 첨병으로 키워내는 교육과 인사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 외교의 4대전략 추진은 단순히 외교부의 혁신 프로그램이 아니다. 19세기 중반에 동아시아가 가졌던 부강국가 건설이라는 문명사적 목표처럼 21세기 초 다시 한 번 복합국가 건설이라는 새로운 갈림길에 선 것이다.

 

19세기 당시 동양 3국 중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현실에 따라가기 위해 가장 뒤늦게 통리기무아문(1881년)을 설치했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21세기 외교부는 더 이상 20세기 외교부가 돼서는 안 된다. 이름은 같더라도 전혀 새로운 혁신외교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러한 세기사적 실험의 성공을 위해서는 부처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과감한 인력 그리고 예산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이 실험은 단순히 이명박 정부의 과제가 아니라 한반도 백년대계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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