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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2002년 이후 한국사회의 이념지형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출렁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002년부터 올 4월까지 부정기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보수·진보 간 이념지형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조사에서 2002년 대통령선거-2004년 초 탄핵-2004년 4월 총선-2005년 이후 참여정부의 인기 하락-2006년 지자체 선거-2007년 12월 대통령선거-2008년 총선-2009년 4월 박연차 게이트 등을 변환점으로 하면서 보수·진보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오르거나 내리는 변화를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이 탄탄대로를 달릴 때는 진보를 택한 응답자가 많았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는 보수를 택한 응답자가 많았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최근 조사에서도 진보는 하강하는 국면을 보였다. 보수·진보가 서로 엇갈리면서 춤을 춘 여론조사의 곡선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이라는 개인이 만든 파도였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이후 노 전 대통령 인기도 따라 보수·진보 응답자 큰 차이

 

 


2002년 이후 한국사회의 이념지형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출렁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002년부터 올 4월까지 부정기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보수·진보 간 이념지형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조사에서 2002년 대통령선거-2004년 초 탄핵-2004년 4월 총선-2005년 이후 참여정부의 인기 하락-2006년 지자체 선거-2007년 12월 대통령선거-2008년 총선-2009년 4월 박연차 게이트 등을 변환점으로 하면서 보수·진보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오르거나 내리는 변화를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이 탄탄대로를 달릴 때는 진보를 택한 응답자가 많았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는 보수를 택한 응답자가 많았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최근 조사에서도 진보는 하강하는 국면을 보였다. 보수·진보가 서로 엇갈리면서 춤을 춘 여론조사의 곡선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이라는 개인이 만든 파도였다고 할 수 있다.


탄핵 정국 땐 진보 선호도 급증

2002년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인 2003년 2월 조사에서 진보는 응답자의 34%였다. 응답자의 34%가 자신의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것이다. 이에 반해 보수는 31.3%였다.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한 응답자가 보수라고 생각한 응답자보다 많았다. 2002년 5월과 8월 조사에서 진보 대 보수가 24.9:34.6(%), 28.6:38.4(%)였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노풍’을 일으키며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보수가 10% 이상 많던 이념 지형이 뒤집혔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후 진보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2003년 5월과 8월 조사에서 진보 대 보수는 24.4 대 36.9(%), 26.9 대 28.1(%)였다. 당시 민주당 후보로 당선한 노 전 대통령은 대북 특검 문제로 여당인 민주당 주류와 각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친노 세력과 호남 세력이 맞붙으며 분당 논란이 일었다. 참신한 개혁 정부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음으로써 여론조사에는 진보에 대한 냉랭한 시각이 투영됐다. 2003년 11월 결국 민주당은 분당됐고 열린우리당이 창당됐다.

 

2004년에도 정국은 노 전 대통령을 핵으로 한 차례 돌풍을 맞이했다. 노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다. 탄핵전야였던 2004년 2월 조사에서는 진보에 대한 선호도가 부쩍 올라갔다. 진보 대 보수가 31.0 대 37.0(%)로 바뀌었다. 이전 조사에서 41.1%였던 중도는 30.0%로 뚝 떨어졌다. 중도가 진보로 이동해 이념 성향이 왼쪽으로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2004년 4월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압승했다. 당시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하면서 진보는 대약진했다. 하지만 동아시아연구원이 7월 조사한 이념 성향 조사에 따르면 진보 대 보수의 성향은 25.4 대 39.1(%)다. 진보가 대폭 줄어든 반면, 보수는 크게 늘어났다. 동아시아연구원의 정원칠 수석연구원은 “당시 조사는 총선과 3개월 정도 시간차가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며 “이때에는 총선에서 진보 세력으로 쏠린 것에 대한 반발과 균형심리로 이념 성향은 다시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게다가 총선 이후 탄핵유도설이 유포되면서 보수가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말했다.


정부 국정 지지도와 이념 성향 연관

이때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인기와 국정지지도는 서서히 하강세를 탔다. 노 전 대통령이 지지했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개혁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으며, 열린우리당은 재·보궐 선거에서 번번이 패했다. 노 전 대통령은 급기야 2005년 7월께 대연정이라는 카드를 꺼냈으나 이 역시 실패했다. 당시 진보는 28%대에 머물렀고 보수는 30%대 중반으로 고공행진했다.

 

2006년 지자체 선거에서도 열린우리당은 참패했다. 참여정부의 말기에 이르러 노 전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평가는 더욱 가혹해졌다.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보수는 상승 곡선을 탔으며, 반면 진보는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2007년 12월 조사에서 진보는 24%인 데 반해, 보수는 35.5%에 달했다. 대선이 끝난 후인 2008년 2월의 조사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진보 대 보수는 25.4 대 45(%)로 무려 보수가 진보의 2배에까지 다가갔다. 참여정부에 대한 실패 평가로 인해 수장이었던 노 전 대통령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만들어놓았다고 볼 수 있는 이념지형도였다. 정 수석연구원은 “이념 성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념 성향이 현 정부와 국정 지지도가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참여정부일 때는 비판적인 성향이 보수로 나타나고 긍정적인 성향이 진보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거꾸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수 정부에 대한 비판적 성향이 진보로, 긍정적인 성향이 보수로 바뀌었다. 2009년 2월 조사는 1년 전인 2008년 2월 조사와 비교해 큰 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촛불시위 등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게 늘어난 것이 수치로 나타났다. 진보는 25.4%에서 30.9%로 크게 늘어났고, 보수는 45%에서 33.2%로 크게 줄었다. 이런 과정에서 29.1%에 불과했던 중도층은 35.8%로 크게 늘었다. 오른쪽으로 향했던 이념 지향이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최근 4월 조사에서는 2월 조사와 다른 움직임이 감지됐다. 회복세를 보였던 진보 응답층이 26.3%로 다소 줄어들었고, 보수 역시 30.4%로 줄어들었다.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진보 세력에 대한 실망감으로 이어졌으며, 이런 실망감은 보수 세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대신 중도는 40%대로 늘어났다. 정 수석연구원은 “4월 조사 결과를 보면 박연차 게이트로 인한 노 전 대통령의 수사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연구원의 이념 성향 조사는 노 전 대통령의 성공과 몰락이 진보의 약진과 추락으로 이어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진보가 아니다, 맞다 하는 논쟁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국민들이 진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연구원 조사는 어떻게

동아시아연구원은 한국일보·중앙일보와 공동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이념 성향을 물었다. 설문 내용은 “자신의 이념 성향이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였다. 대단히 진보적이면 0점, 중도적이면 5점, 대단히 보수적이면 10점으로 하는 11점 척도를 이용했다. 이중 0~4점을 진보로, 5점은 중도, 6~10점은 보수로 분류했다. 각 여론조사는 800~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 또는 일 대 일 면접 형태로 이뤄졌다. 모든 조사는 95%의 신뢰수준에서 ±3 대의 표본오차가 있다. 조사마다 무응답이 0~3%가량 나타났으며 위 결과는 반영하지 않았다.

6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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