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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지난달 29일 재보궐 선거는 국회 의석으로 보자면 겨우 다섯 곳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행사였지만,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다방면에서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많았다. 부평을처럼 여야가 직접 격돌하면서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확인할 수 있는 곳도 있었지만 경주, 전주, 울산처럼 한나라당, 민주당 그리고 진보 진영 등 각 정당 내부의 복잡한 역학 관계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지난달 29일 재보궐 선거는 국회 의석으로 보자면 겨우 다섯 곳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행사였지만,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다방면에서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많았다. 부평을처럼 여야가 직접 격돌하면서 수도권 민심의 향배를 확인할 수 있는 곳도 있었지만 경주, 전주, 울산처럼 한나라당, 민주당 그리고 진보 진영 등 각 정당 내부의 복잡한 역학 관계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는 정국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뿐만 아니라 각 정당 내부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권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는 냉정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의석이 걸린 다섯 곳 모두에서 패배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을 포함한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이나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대선에서의 압승과 뒤 이은 총선에서의 과반 의석 획득으로 거칠 것 없이 달려온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포함하는 집권세력 모두에게 경고의 메시지가 전달된 셈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수도권인 부평을에서 승리함으로써 여당과의 힘겨루기에서 탄력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선거가 치러진 다섯 곳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곳은 부평을이 유일하기 때문. 공천을 받지 못한 정동영, 신건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를 꺾고 동반 당선됨으로써 민주당은 오히려 상처를 입었다. 부평을에서 이겼지만 민주당 역시 크게 얻은 것이 없는 선거였다는 말이다.

 

이처럼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는 국정 운영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의 패배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한나라당 민주당 할 것 없이 정당정치 전반에 대해 유권자의 불만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두 정당 모두 `안방`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당이 공천한 후보가 외면당하고 당이 `버린`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렇게 된 중요한 이유는 정당 민주주의의 후퇴 때문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은 지역구의 당원이나 지지자들 견해를 무시하고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찍어 내려보내는` 소위 전략공천을 행했다. 한동안 각 정당마다 경쟁적으로 실시하던 상향식 공천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원과 지지자의 정당이 아니라 당 지도부의 정당으로 선거에 나선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각 정당의 오만함은 결국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민에게 철저하게 외면받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경주와 전주에서 실리에서도 명분에서도 모두 패배했다.

 

아마도 겨우 다섯 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결과를 두고 그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이미 여권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꼭 틀린 주장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거기에 담긴 국민들의 정치적 메시지까지 놓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재보궐 선거는 말하자면 건강검진 같은 것이다. 외형상 건강해 보일지라도 쉽게 알 수 없는 몸 안의 보이지 않는 기관의 상태까지 세밀하게 검사함으로써 현재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의 검진 결과는 여야를 막론하고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 셈이다. 특히 한나라당 건강상태는 매우 나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런 진단에도 불구하고 그 까짓 것 하고 내버려두면 몸 상태는 점점 치유하기 힘들 정도까지 악화될 수 있다.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들의 거듭된 경고 사인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40대0까지 갔던 어떤 정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그에 상응하는 처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건강은 그저 몸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

6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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