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Editor's Note

"이것은 단순한 에너지만의 문제라기보다 심각한 인권의 문제”라고 외치던 전 아일랜드대통령 메리 로빈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더불어 체념과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현재 지구상에서 전기가 없이 생활하는 인구가 16억 명인데 앞으로 2030년이 되어도 겨우 14억 명 정도로 감소될 뿐이라는 유엔개발기구의 비관적인 전망을 접하였던, ‘에너지와 민주주의’ 국제회의에서의 일이다. 과연 우리는 계속되는 에너지 부족과 빈부격차 심화에서 비롯되는 인간안보의 지구적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이것은 단순한 에너지만의 문제라기보다 심각한 인권의 문제”라고 외치던 전 아일랜드대통령 메리 로빈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더불어 체념과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현재 지구상에서 전기가 없이 생활하는 인구가 16억 명인데 앞으로 2030년이 되어도 겨우 14억 명 정도로 감소될 뿐이라는 유엔개발기구의 비관적인 전망을 접하였던, ‘에너지와 민주주의’ 국제회의에서의 일이다. 과연 우리는 계속되는 에너지 부족과 빈부격차 심화에서 비롯되는 인간안보의 지구적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대통령 선거가 열흘도 남지 않은 지금 ‘지구촌의 위기나 인류의 운명을 걱정할 때인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다 해도 우리 삶의 끝은 아니며 오직 또 다른 시작일 뿐 삶의 연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과 사회가 겪는 고통이나 위기는 특정 선거에 의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속되는 시간과 역사 속에서 우리가 감당해 나가야 할 도전의 성격은 무엇이며, 또 지켜가야 할 기본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기 위해 선거가 활용된다면 국가적 선택과 방침을 재정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이 시대의 세계적 흐름이 국가안보 못지않게 인간안보의 중요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극심한 불평등에서 오는 인간안보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인류공동의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세계사의 주류에 동참하는 것이 우리의 선진화 전략에서 필수불가결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세계는 빈부격차, 에너지 및 기후변화, 핵무기 확산, 사회와 국가의 정체성이란 여러 차원에서 갈등과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한민국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가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공동노력에 적극 참여하려는 것은 우선 우리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 그리고 선진화의 추진이 안정된 국제질서를 절대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안정적 에너지 수급이 국가발전의 속도와 내용을 좌우하는 자원전쟁의 시대에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에너지 수급의 안정된 국제 관리체제 수립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기에 우리는 안정된 국제질서 확립에 필요한 모든 노력,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이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처 등에 지금보다 훨씬 과감한 투자는 물론 이를 위해 응분의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무작정 분수를 모르고 나서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함께 나눠 가진 꿈, 즉 떳떳한 일류국가, 모든 국민이 골고루 인간답게 살아가는 나라를 만든다는 꿈을 실현하는 요건의 하나가 바로 인류가 당면한 인간안보의 위기 극복이며 이를 위해 우리도 적극 세계 속에 동참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우리 민족의 장래, 즉 남북관계의 전개 과정과도 직접 연계되고 있다. 북한 동포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도 에너지 부족과 경제 파탄에서 비롯된 열악한 복지 수준이다. 에너지 자원이 전무하다시피 한 한반도에서는 결국 핵 발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상식적 결론이다. 우리가 30여 년 전부터 원자력 발전의 의존도를 높여 온 것이나 1990년대 북한 경수로 사업에 동참하였던 것도 그러한 에너지 전략의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핵의 평화적 이용은 인간안보를 위한 지름길인 반면 핵의 군사적 이용은 국가안보나 정권안보의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북한 핵을 둘러싼 긴장을 해소하려면 남북이 함께 민족의 인간안보를 위한 핵의 평화적 이용에 적극 협력하는 반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전쟁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비핵화 공동선언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통일국가, 우리가 지향하는 민족공동체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인권국가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꿈을 간직하고 국내·남북·국제 세 차원에서의 국가 전략을 한데 묶었을 때 성공의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마침 오늘은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보다 나은 인간안보를 위한 인류의 공동노력에 우리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앞장서고 있음을 기억하자.

이홍구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