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파워’론과 대통령선거
| 2007-11-15
하영선
미국 대통령 선거를 꼭 1년 앞두고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스마트 파워 보고서’가 때맞춰 나왔다. 지난 해 가을 소프트 파워론으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의 조지프 나이(Nye) 교수와 전 국무부장관 리처드 아미티지(Armitage)를 공동위원장으로 한 주요인사 20인의 “스마트 파워 위원회”가 21세기 미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공화·민주 양당의 본격적 토론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꼭 1년 앞두고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스마트 파워 보고서’가 때맞춰 나왔다. 지난 해 가을 소프트 파워론으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의 조지프 나이(Nye) 교수와 전 국무부장관 리처드 아미티지(Armitage)를 공동위원장으로 한 주요인사 20인의 “스마트 파워 위원회”가 21세기 미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공화·민주 양당의 본격적 토론을 요청하고 있다.
보고서의 내용은 간단하지만 신선하다. 반(反) 테러전과 이라크전으로 국내외적으로 고전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 21세기 세계 질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의 하드 파워(Hard Power)와 더불어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스마트 파워(Smart Power)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구적 도전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동맹, 세계질병퇴치를 비롯한 지구 발전, 국제지식 중시의 공공외교, 세계경제에 기여하는 경제통합, 그리고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혁신을 소프트 파워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보고서는 초당적인 국가의 지혜를 모아서 21세기 미국이 당면한 어려움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통령 선거의 중심에 미래의 스마트 파워 논쟁을 세련되게 끌어들이고 있다.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우리 대통령 선거는 암중모색이다. 정책 논쟁 이전에 최종 후보의 윤곽조차 명확하지 않다. 뒤늦은 이회창 후보의 대선경쟁 참여는 결과적으로 세 주요 후보가 국민들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무식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어부지리를 얻으리라고 기대했던 정동영 후보는 3위에 머물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대정신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통일, 자주, 분배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구호다. 더구나 오랜 소원인 3대 목표는 구호로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역사적 체험을 우리 모두 몸으로 겪었다. 그래서 3대 구호는 진부한 보수의 노래로 들리는 것이다. 정치공학적인 이합집산만 계속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게 정책 목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지 못하면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 결과도 대단히 어둡다.
이명박 후보도 정곡을 꿰뚫고 있지 못함은 마찬가지다. 지난 10년의 기대에 대한 좌절에 힘입어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의 등장은 그동안의 지지율이 이명박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지율의 거품이 걷힌 것이다. 그렇다고 이회창 후보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은 것일까. 아니다. 탈냉전의 안보와 경제관이 21세기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냉전의 안보와 경제관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기대는 큰 착각이다. 더 이상의 기대는 접어야 한다.
대선 D-33일치고는 너무 조용하다. 생업에 바쁜 유권자들에게는 대선 후보자들이 정말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우리도 21세기 매력론의 본격적 토론이 필요하다. 미국의 ‘스마트 파워 논쟁’보다 한국의 ‘매력 논쟁’은 훨씬 더 절실하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어디까지나 군사와 경제력이라는 하드 파워를 증폭해 줄 수 있는 보완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는 하드 파워만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 보다 본격적인 소프트 파워의 도움 없이 21세기 스마트 파워로 태어나기 어렵다.
우선 빛바랜 경제우선론, 안보우선론, 그리고 평화경제론은 21세기 유권자가 피부로 겪고 있는 삶의 힘듦을 달래주지 못한다. 평화경제론은 경제와 평화의 우선순위를 잘못 읽고 있다. 경제론과 안보론은 21세기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 경제 번영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통일과 동맹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당당하게 얘기하는 경제평화론 토의가 시급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에게 부족한 하드 파워를 메워 줄 수 있는 21세기의 소프트 파워에 대한 본격적 토론이 시급하다. 매력 국가의 첫 출발은 매력 있는 대통령의 선출이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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