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경선 중간평가는 D 학점
| 2007-09-21
이현우
내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에 식구들이 둘러앉으면 화제는 신정아씨 사건으로 시작해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으로 마감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선은 이미 끝이 났고 국회 다수당인 신당의 지역경선이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이쯤 해서 이른바 ‘국민경선’의 중간평가가 필요하다. 경선 도입과 그 방식은 타당한가. 경선과정은 말 그대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가. 경선이 정당정치에 기여하는가. 몇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에 식구들이 둘러앉으면 화제는 신정아씨 사건으로 시작해서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으로 마감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선은 이미 끝이 났고 국회 다수당인 신당의 지역경선이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이쯤 해서 이른바 ‘국민경선’의 중간평가가 필요하다. 경선 도입과 그 방식은 타당한가. 경선과정은 말 그대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가. 경선이 정당정치에 기여하는가. 몇 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위 국민경선은 미국의 예비선거를 모방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예비선거가 제대로 실시된 것은 35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정치에서 국민경선을 도입한 이유는 황당할 정도로 간단하다. 한나라당은 보수적 색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신당은 지난번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상향식 공천 방식으로 대선 승리에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채택했고, 다른 정당들은 대세이므로 따라가고 있다. 미국처럼 당 지지자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경선에 참여하는 국민의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성급한 전략적 도입으로 인해 제도의 안정성도 매우 낮아 경선단계마다 내부적 갈등을 겪고 있다.
국민경선은 여론조사 결과를 일부 반영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그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각 정당은 경선에 여론을 반영함으로써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을 반영하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당에 아무런 기여도 없고 별 관심도 없는 일반 유권자들에게 어떤 후보를 뽑는 것이 좋은지를 묻는 것은 정당이 최선의 후보를 공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직표 동원을 막기 위해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다는 주장은 아직도 정당이 동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정당이 없는 현대정치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경선이 정당을 강화시켜 줄 수 있을까. 당원들이 후보자를 선택할 권리를 일반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면 당원이 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까. 미국에서도 국민경선이 도입된 후 나타난 현상이 정당의 약화다. 당원의 목소리가 작아질수록 정당의 정체성은 약화되게 마련이다. 정당은 정치권력을 획득해야 한다는 동기(office motive) 이외에도 정책을 제시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동기(policy motive)를 가질 때 정체성과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 경선에 여론을 반영한다는 것은 여론조사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 뿐 아니라 정당의 이념적 지향성을 등한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거대정당이 경선규칙 결정 과정에서 표출한 내부갈등은 국민이 왜 정치를 싫어하는지 그 충분한 이유를 보여준다. 초등학생들이 동네축구를 할 때도 시합 전에 규칙을 정하게 마련이거늘 정권을 추구하는 정당들이 경선 직전까지 규칙을 제대로 정하지 못해 후보들은 사퇴를 무기로 협박하고 당 경선위는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딱하기마저 하다.
국민은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했든지 간에 선거가 끝나면 다수가 새로운 대통령에 기대를 걸고 지지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취임 직후에 인기가 임기 중 가장 높으며, 이를 허니문 효과(honeymoon effect)라고 부른다. 선거 후에는 갈등을 봉합하려는 것이 일반 국민의 태도다. 반대로 정치인들은 경선 이후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경선으로 뽑힌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다른 마땅한 후보가 없어서 이 후보를 택한 수동적 지지자들이다(중앙선데이 9월 16일자). 신당은 경선이 시작됐지만 부정선거의 모든 용어들이 다 쏟아져 나오고 급기야 선거의 공정성에 불만을 품은 후보의 사퇴까지 우려하는 실정이다. 결국 국민경선은 국민에게는 실망을, 정당에는 경쟁을 통한 화합이 아니라 당내 갈등의 고착과 강화를 주고 있다. 역설적으로 국민경선 과정이 각 정당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줬다는 점에서 간신히 통과학점인 D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현우 EAI 대선패널위원 ·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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