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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미국, 중국, 러시아의 북핵 불능화 기술진이 영변의 주요 핵시설을 이번 주 방문했다. 남북정상회담은 개최를 보름 앞두고 마지막 준비에 분주하다. 그리고 대통령선거는 석 달을 남겨두고 있다. 얼른 보면 북핵문제는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 보인다. 정상회담은 한반도평화, 공동번영, 민족자주 통일방안의 공동선언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 결과 12월의 대통령 선거는 북핵문제 없는 한반도 평화바람을 타면서 치를 수 있다는 기대와 낙관을 가지기 쉽다.

미국, 중국, 러시아의 북핵 불능화 기술진이 영변의 주요 핵시설을 이번 주 방문했다. 남북정상회담은 개최를 보름 앞두고 마지막 준비에 분주하다. 그리고 대통령선거는 석 달을 남겨두고 있다. 얼른 보면 북핵문제는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 보인다. 정상회담은 한반도평화, 공동번영, 민족자주 통일방안의 공동선언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그 결과 12월의 대통령 선거는 북핵문제 없는 한반도 평화바람을 타면서 치를 수 있다는 기대와 낙관을 가지기 쉽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난 7일 한미 정상회담의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보여준 난처한 웃음은 북핵과 한반도 평화문제의 난처함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표정 하나가 속마음을 더 잘 드러낸다. 게오르규의 소설 “25시”의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앤서니 퀸(Quinn)이 보여준 일그러진 웃음은 더 이상의 긴 얘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거듭되는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을 강조해 달라는 요청에 몰린 부시(Bush) 대통령의 난처하고 짜증나는 웃음은 미국의 북핵정책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고 해체할 경우 한반도에 새로운 안보질서가 마련될 것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조건절(條件節) 이후를 강조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해달라는 것이었고 부시 대통령은 난처한 웃음과 함께 조건절이 먼저 충족되어야만 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조약을 서명할 수 있다는 평소 주장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했다. 노 대통령은 혹 떼려다 혹 붙인 것 같은 느낌의 난처한 웃음을 크게 터뜨렸고 부시 대통령은 애창곡을 박자의 강약을 바꿔서 다시 불러 보라는 무리한 요구에 난처한 웃음을 지은 것이다. 분명해진 것은 북핵문제가 우리 기대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연말로 예정되어 있는 불능화 조치 까지는 원칙적 합의를 보고 있으나 그 과정과 병행해서 진행될 북핵 프로그램의 전면신고는 아직까지도 김 위원장의 삶과 죽음을 좌우할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형편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단계적 신고론과 미국의 전면 신고론은 아슬아슬하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의 난처한 웃음은 10월초의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더 커다란 난처함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상회담의 꽃은 한반도 평화선언이다. 한반도 공동번영을 위해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대북지원의 국민적 합의기반 창출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며 석 달 앞둔 대통령선거를 위한 한반도 평화바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공개 축사를 부탁했으나 난처한 웃음의 회답을 받았던 것이다. 같은 날 ‘로동신문’은 “미국은 남조선강점 미군 철수 용단을 내려야 한다”라는 논평을 싣고 있다. 이 글은 “북남(北南) 관계가 호전되고 조선이 통일되면 미군이 남조선에 남아 있을 구실이 없어진다”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미조(美朝)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방도를 연구”하고 있거나 “조선반도 평화체제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미군을 남조선에 영구 주둔시키려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논리는 주목할 만하다. 우리는 필요하면 NLL논의까지라도 동원해서 평화선언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전혀 다른 이유로 한반도 평화선언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 논평에 따르자면 한반도 평화선언은 곧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다. 북핵의 불능화와 전면신고 과정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에서 북한은 이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정상회담의 한반도 평화선언은 동상이몽의 커다란 난처함을 겪게 될 것이다.

두 대통령의 난처한 웃음의 의미를 제대로 읽고 있다면 다음 5년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은 경제대통령이냐 평화대통령이냐 같은 시대착오적 싸움에서 하루 빨리 졸업해야 한다. 연말부터 가동해야 할 인수위원회의 핵심과제는 정상회담의 이행조치가 아니다. 한국이 21세기 경제대국이 되기 위한 평화의 조건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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