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 대선구도
| 2007-09-10
강원택 외
장훈
15% 돌파 후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여권 전략 달라져
‘평화’카드 이젠 안 먹혀… 범여주자 ‘노무현 정부 평가’ 이슈 극복이 과제
강원택
1강보다 3파전이 흥행에 유리… 각축전 벌이며 지지율 올라갈 것
‘평화 플러스 경제’ 이슈가 젊은 세대 민족주의 성향에 불붙일 수도
장훈
문국현 후보 가세로 이념색깔 다양해져… 최종후보가 모두 아우르기 어려울 것
‘2002년의 정몽준’ 출현도 중요 포인트… 민주당 탈DJ 땐 범여통합 어려워져
강원택
범여의 새 상품 문국현 후보, 이명박 후보의 경제적 아젠다 빈틈 파고들 수도
통합의 최대변수는 DJ의 영향력과 내년 총선… 민주당도 결국 통합 참여하게 될 것
여권 전통지지기반 핵분열
DJ 나설수록 호남도 친DJ·반DJ 갈려
장훈
15% 돌파 후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여권 전략 달라져
‘평화’카드 이젠 안 먹혀… 범여주자 ‘노무현 정부 평가’ 이슈 극복이 과제
강원택
1강보다 3파전이 흥행에 유리… 각축전 벌이며 지지율 올라갈 것
‘평화 플러스 경제’ 이슈가 젊은 세대 민족주의 성향에 불붙일 수도
장훈
문국현 후보 가세로 이념색깔 다양해져… 최종후보가 모두 아우르기 어려울 것
‘2002년의 정몽준’ 출현도 중요 포인트… 민주당 탈DJ 땐 범여통합 어려워져
강원택
범여의 새 상품 문국현 후보, 이명박 후보의 경제적 아젠다 빈틈 파고들 수도
통합의 최대변수는 DJ의 영향력과 내년 총선… 민주당도 결국 통합 참여하게 될 것
강원택 (EAI 시민정치패널 위원장 · 숭실대 교수) · 장 훈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 중앙대)
이번주 장훈ㆍ강원택 교수의 대선 대담은 한나라당 경선 이후 관심이 쏠리고 있는 범여권 후보 선출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과연 범여권에서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적할 만한 유력 후보가 탄생할 수 있을까. 범여권을 떠났던 전통적 지지층은 범여권 후보 선출을 계기로 다시 범여권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범여권이 한나라당의 ‘경제’ 이슈에 맞서 내세울 아젠다와 전략은 무엇일까. 두 교수는 이같은 질문을 놓고 ‘한나라당 압승’과 ‘한나라당·범여권 대등 승부’의 엇갈리는 전망 속에 치열한 논전을 벌였다.
[장훈]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면서 대선 무대의 절반은 정리가 됐습니다. 이제 나머지 반에 시선이 모아질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의 조직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범여권 후보가 부상하느냐에 따라 본선이 대등한 게임으로 가느냐, 아니면 한쪽으로 기우느냐가 판가름날 것입니다.
무엇보다 관심은 추석 연휴가 끝나는 9월 하순까지 범여권, 특히 민주신당에서 유력한 후보가 부상할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지금 민주신당 지지율이 서서히 오르는 등 한나라당 전당대회 효과가 여권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권 성향의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신당이 컷오프(cut off·예비경선)를 통해 9명의 후보를 5명으로 추려 뚜렷한 선두주자가 부각된다면 이러한 흐름을 탈 수 있습니다. 15%의 지지율을 돌파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있느냐, 그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이번 대선에 임하는 여권의 아이디어와 정책 방향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원택] 저는 특정한 후보의 부각보다는 여권 전체가 앞으로 흥미진진한 이벤트를 만들어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지율 15%의 후보가 부상하는 것보다는 지지율이 낮더라도 2~3명 정도가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 됐을 때 훨씬 더 흥미를 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지지율에서 앞서는 손학규·정동영 후보에다 친노그룹 후보가 가세해 근소한 차이의 3파전을 벌이면 그 자체로 서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저는 범여권이 그런 이벤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여권에서는 지지기반이 서로 다른 후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손학규 후보는 여론조사상 폭넓은 지지를 받는 후보인 반면 정동영 후보는 당의 조직기반이 강한 후보입니다. 또 친노그룹 중 누구 한 사람이 떠오르면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측면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 기반이 다른 세 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면서 민심이냐, 당심이냐, 노심(盧心)이냐는 식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생기면 비교적 막판까지 유권자의 시선을 붙잡는 흥행몰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보세력의 나아갈 방향과 관련된 공감대가 이뤄지면 여권에 대한 전반적 지지도가 오르면서 특정 주자의 약진이 나타날 것입니다.
[장훈] 저는 범여권 유력후보의 등장이 여권의 본선 경쟁력뿐 아니라 여권의 선거 구도와 개념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누가 유력 후보가 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겁니다. 지금 민주신당 후보들을 3강, 2중식으로 분류하는데 3강만 해도 주요 정책문제에 관한 입장 차이가 큽니다. 지난번 정상회담 파동을 거치면서 평화이슈의 파괴력이 약하다는 게 입증된 상황에서 범여권이 우세에 설 수 있는 이슈는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반세계화나 양극화 정도인데 이런 이슈들이 구체적 정책으로 나타난 것이 FTA 문제입니다.
그런데 FTA에 대해 여권 후보마다 입장이 다릅니다. 가장 찬성 쪽에는 손학규 후보가 있고, 가장 반대 쪽에는 천정배 후보가 있습니다. 특정 후보, 예컨대 손학규 후보가 뜨게 되면 여권은 반FTA로 돌아가기 힘들게 되며 FTA를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반세계화는 여권이 쓸 수 없는 카드가 됩니다. 대신 손학규 후보는 ‘진보 버전의 대운하’ ‘진보 버전의 경제 살리기’ 같은 프로젝트를 제시해야 합니다. 누가 유력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여권의 카드와 전략이 달라지게 되는 셈입니다.
현재 범여권이 고전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도 자기들이 우세할 이슈를 만들어내기보다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경제 이슈와 ‘노무현 정부 평가’라는 숙명적 이슈에 끌려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반세계화와 FTA 이슈가 살아날지, 노무현 정부 평가라는 이슈를 어떻게 정리할지는 여권 유력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달려 있고, 범여권의 경쟁력도 그 지점에서 좌우될 전망입니다.
[강원택] 저는 장 교수의 말 중에 ‘평화 이슈가 생명력을 잃었다’는 지적에 대해 다소 유보적 입장입니다. 여권에서 당초 기대한 것만큼의 ‘약발’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평화 이슈는 살아 있습니다. 예컨대 주도적 이슈인 경제와 평화를 연계할 경우 이명박 후보와 입장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 큰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명박 후보는 대운하로 경제를 살리자는 그림이지만, 범여권은 개성공단과 같은 북한의 새로운 자유무역지대 건설, 남북한 합작 제3국 진출 등 경제와 평화를 연계한 다양한 형태의 그림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실용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더욱 설득력이 생깁니다. 2000년 6·15 정상회담은 정치적 의미의 합의, 어떻게 보면 선언적 의미의 합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실용적 형태의 합의가 도출된다면 남북이 윈윈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탈출구에 대한 가능성과 비전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장훈] 경제와 평화의 결합과 관련해서는 정동영 후보가 가장 논리적으로 정교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데 너무 장밋빛이기 때문에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범여권은 ‘경제 대 평화’ 구도를 오랫동안 준비해 왔습니다. 경제 이슈를 평화 이슈로 한 방에 날리고 한나라당과 대등하게 올라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정상회담 파동을 거치며 여론과 언론과 전문가 집단은 그런 계산이 먹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했습니다. 평화 이슈가 경제 이슈와 대등하게 올라서기에는 아직 구매력이 약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2년차 징크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찬성하든 반대하든 지난 1차 정상회담만큼의 극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차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문제를 다 언급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할 수준의 합의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진보적 지식인까지 ‘정상회담이 이제 극적 효과를 내는 데서 벗어나 실무적 수준으로 정례화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북한이 핵실험 이후 비공식적 핵 보유국이 된 마당에 핵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매듭짓지 않은 상태에서는 남북 관계의 전기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강원택] 지금 범여권에서 필요한 것은 국민 다수의 지지가 아니라 옛날 자기편을 돌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도 그걸 통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자는 게 아니라 범여권에 대한 과거의 관심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과거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세력에 대해 메시지를 던질 수만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입니다.
범여권은 지금 100% 완전하게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옛날 것을 회복하면서 비슷하게 가는 게 중요한 상황입니다. 정상회담 합의와 관련해서도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지지층에는 뭔가 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결실보다는 비전이기 때문에 ‘이게 우리가 앞으로 갈 길’이라는 기대감을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현직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너무 많은 것을 만들어내면 여권 후보들은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용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게 후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습니다. 이를 토대로 ‘나의 가능성과 비전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장훈] 저는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핵분열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범여권의 핵심은 세 그룹으로 분류됩니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35%와 호남, 그리고 수도권의 비판적 30대 등입니다. 그런데 이 세 그룹이 전부 핵분열하고 있습니다.
호남은 DJ가 지금과 같은 행동을 계속하면 이번 선거에서 철저하게 친DJ와 반DJ로 갈릴 것입니다. 수도권의 비판적 20·30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들의 열광과 실망이 상당 부분 이명박 지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경우에 따라 “이명박 후보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지난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계기로 나타난 여권으로의 표 쏠림이 이번에도 나타날지는 의문입니다.
진보는 이념적으로도 여러 유형으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민주화 시대의 논리를 끌고 가면서 제2의 민주화, 더 많은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그룹이 있는 반면 반세계화·반양극화가 진보의 나아갈 길이라고 주장하는 부류도 있습니다.
또 세계화 논리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자는 그룹도 있습니다. 이런 핵분열은 지식인 사회뿐 아니라 진보적 유권자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권 후보들이 이런 핵분열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그랜드 아이디어’를 들고 나올 수 있느냐는 부분인데 저는 그게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강원택] ‘평화 플러스 경제’ 이슈는 합리적이고 이성적 형태의 판단에 기초한 예측이 아닙니다. 감성에 투사된 기대감, 민족적인 부분이 포함된 기대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앞세우면 ‘김정일이 어떤 사람이고 북한체제가 얼마나 불확실하느냐’는 등의 비판이 따르지만 남북관계가 새로운 형태의 민족적 비전을 던져주며 민족주의 감성이 일게 된다면 그런 유의 계산적·합리적 비판은 통하기 어렵게 됩니다. 남쪽의 젊은 세대도 경제와 연결된 실용주의적 성과에 민족주의가 깔리면 이명박 후보가 내세우는 대운하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일지 모릅니다. Weekly Chosun의 지난호 19~24세 여론조사를 보면 젊은 유권자들이 경제를 우선시하면서도 민족주의 성향 또한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평화 이슈의 생명력은 아직 더 두고봐야 합니다.
[장훈] 지금 범여권이 답답함을 느끼는 주된 이유는 경제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했던 평화 카드가 실제 까보니까 의외로 파괴력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평화 카드는 차기 주자가 아닌 노 대통령의 카드가 될 전망입니다. 노 대통령이 지금도 시퍼렇게 살아서 주요 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범여권 후보 입장에서는 평화 이슈를 자기들이 주도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이슈를 성공적으로 준비하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다소 돋보이는 것은 최근 범여권 주자군에 편입한 문국현 후보입니다. 이명박 후보의 ‘보수 버전의 경제 살리기’에 맞서 일종의 ‘진보 버전의 성장’ ‘진보 버전의 경제 살리기’를 들고 나왔는데 진보 버전의 성장과 세계화 논리는 영국의 ‘신노동당’이 고민했던 문제로 굉장히 큰 역사적 실험이었습니다.
기존 노동당이 신노동당으로 옮겨가는 데만 10년이 걸렸습니다. 과연 이를 문국현 후보가 해낼 수 있을까는 의문입니다. 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우리사회 진보 진영의 정치적 능력도 관건이기 때문입니다.
[강원택] 문국현 후보의 구체적 공약은 자세히 모르지만 ‘우리정치 푸르게 푸르게’라는 구호는 무척 신선하더군요.(웃음) 문국현 후보는 지금 이명박 후보의 아젠다를 올라타서 거기에 대한 빈틈이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손학규 후보도 마찬가지이지만, 손학규 후보에게는 이명박 후보와 차별성이 별로 보이질 않습니다. 문 후보의 경우도 이명박 후보가 설정해 놓은 아젠다를 올라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비판적 범주 이상의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당장은 손학규 후보의 경제적 접근과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콘텐츠와 실제 제시하는 것도 달라 보입니다. 문 후보의 향배는 앞으로 민주신당 내에서의 판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와 맞물려갈 겁니다. 지금 당장은 무시하고 내치기에는 잠재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장훈] 어쨌든 범여권 후보들의 특징은 첫째는 이념적 색깔이 다양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통령직을 마지막이자 궁극적인 공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국현씨 같은 분이 가세하면서 풀(pool)이 다양해진 것은 특히 돋보입니다. 한나라당의 경우 빅2를 놓고 전통적 보수냐, 진보에 만족 못하는 중도까지 끌어들이는 보수냐는 정도의 대비만 있었는데 범여권은 색깔도 다채롭고 선택지도 넓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후보들이 정리돼 갈 때 남은 사람이 제외된 사람의 세력과 컬러를 통합해 나갈 수 있는 개념과 조직과 아이디어가 있느냐는 점입니다.
[강원택] 문국현 후보의 성공 여부는 결국 대중적 지지도가 얼마나 올라가느냐,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강한 지지층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텐데 문 후보가 일정한 정도의 성과를 얻게 된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막판 후보단일화를 노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제시했던 여러 아젠다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같이 갈 후보를 고르는 것입니다. 지금 여권은 진보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문 후보는 새롭게 보여지는, 팔리는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장훈] 과연 범여권이 ‘2002년의 정몽준’을 찾을 수 있느냐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의 역할은 ‘역(逆)스포일러’였습니다. 1997년 대선의 이인제 후보는 탈당을 감행해 스스로 후보가 됨으로써 대선구도를 좌우했지만 정몽준 후보는 거꾸로 후보를 접음으로써 노무현 후보가 탄력을 받는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여권과 진보성향의 표가 결집할 수 있는 1차 기지를 정몽준 후보가 만들어준 셈입니다. 이를 떠올리면 이번 대선에서 문국현이나 민주당의 조순형 후보가 그런 역할을 할 의지와 의도가 있느냐가 궁금해집니다.
일단 민주신당이 10월에 1차 후보를 선출하면 범여권의 1차 통합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문국현 후보든 누구든 민주당을 제외한 세력과 통합은 바로 이뤄질 것입니다. 문제는 민주당인데, 만약 조순형 후보처럼 ‘탈(脫)DJ가 호남이 갈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후보가 되면 민주신당과 민주당의 2차 통합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여권 내 제3의 후보가 남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제3 후보가 떨어져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한나라당과는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강원택] 범여권의 통합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DJ의 영향력이고 또 하나는 총선입니다. DJ의 호남 영향력이 살아 있고 DJ에 어긋나는 것이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통합을 하지 않고 버티기 어렵습니다.
특히 DJ의 뜻과 달리 독자노선을 걷는 게 대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하면 버티기 더욱 힘듭니다. 거꾸로 DJ의 호남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고 한나라당이 권력을 잡는 게 호남에서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내년 총선을 노리고 계속 독자노선을 걸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본다면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버티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저는 오히려 민주당 후보가 아닌 문국현 후보가 마지막까지 통합에 참여하지 않고 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어설프게 통합해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 내년 총선을 노리고 독자세력을 유지해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보자는 생각이 굳어지면 범여권 통합이 뜻밖의 걸림돌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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