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3중의 전쟁중’
| 2007-08-03
하영선
1885년 4월 15일, 영국 해군함대가 거문도를 점령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우리 조정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영국 해군이 거문도에서 철수하기까지 2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졌던 영국과 러시아의 싸움이었다.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힘겨루기를 하던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동북아의 전략적 요지인 거문도를 선제 점령한 것이다. 엉뚱하게 불똥이 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19세기 한국의 운명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1885년 4월 15일, 영국 해군함대가 거문도를 점령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우리 조정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영국 해군이 거문도에서 철수하기까지 2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졌던 영국과 러시아의 싸움이었다.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힘겨루기를 하던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동북아의 전략적 요지인 거문도를 선제 점령한 것이다. 엉뚱하게 불똥이 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19세기 한국의 운명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120여 년이 지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비(非)전투요원인 우리 젊은이 23명이 탈레반 세력의 인질로 잡혔다. 그중 두 명이 벌써 목숨을 잃었다.대통령 특사가 현장에 파견됐어도 인명 피해는 늘어났다. 앞으로의 사태 진전을 쉽사리 읽기 어렵고 해결책 마련은 더 어렵다.문제를 제대로 읽고 바른 해결책을 찾으려면 우선 혼란스러운 무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3중 전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힘든 것은 ‘지하드’(jihad)와 ‘정의로운 전쟁’(just war)의 정면 대결이다. 지하드를 비이슬람권에서는 흔히 성전(聖戰)이라고 번역하지만 당사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의가 있는 번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하드는 단순한 전쟁이 아니고 ‘알라를 향한 애끓음’이라는 것이다. 탈레반은 9·11이후 지난 6년간의 전쟁에서 정권을 잃고 1만명 내외의 인명피해를 겪으면서도 지하드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과 국제안보지원군도 정전론(正戰論)의 시각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현실론과 평화론의 오랜 고민 속에서 생겨난 기독교의 정전론은 싸움의 목적과 수단이 정의롭지 않은 상대에 대해서는 정의롭게 전쟁을 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9·11이후 현재까지 이라크에서 3600명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400명의 인명피해를 보면서도 정의로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스물 셋의 귀한 인명을 다치게 하지 말라는 우리의 간절한 호소가 인명의 절대성을 넘어선 종교전쟁의 현장에서 쉽사리 응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가장 대표적인 무슬림 근본주의자 그룹인 탈레반 세력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를 이끄는 오사마 빈 라덴에게 피난처를 제공함으로써 시작됐다. 미국 주도의 반(反)테러전쟁으로 탈레반 세력은 정권에서 밀려나서 한때 수백 명 규모로 줄어들었으나 현재 2만 명 정도로 다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새로 탄생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주도의 새 정부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미군 8000명과 34개국 3만2000명으로 구성된 나토 산하 국제지원군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탈레반 세력에 대한 반테러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국가와 국가 간의 국제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테러형 반정부군인 탈레반과 미국, 그리고 다국적군인 국제지원군 간의 반테러전 양상의 새로운 형태의 기묘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속에 인류애의 깃발을 든 우리 젊은이들이 설 땅이 없었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집단 인질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더욱 악화된 것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동시에 내전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최근 싱크탱크인 평화기금이 발표한 “실패 국가” 순위에서 13위인 북한보다도 훨씬 열악한 8위에 위치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 짊어지고 있는 전쟁, 빈곤, 부패의 어려움 속에서 현재의 카르자이 정부는 쉽사리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쌓이는 불만의 틈 사이에서 탈레반은 기사회생의 터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카르자이 정부와 탈레반의 인질협상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전쟁이 3중으로 얽히고 설킨 비극의 땅에서 우리 젊은 생명들을 구출하기 위한 탈출구는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종교전, 반테러전, 내전의 특수성과 연관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인질구출외교의 첫걸음이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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