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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대입에서 내신의 반영 방법과 반영 비율을 둘러싼 논쟁이 거의 한 달 동안 진행되고 있다. 논쟁과 갈등이 지루하게 계속되면서 교육부에 대한 비난 여론도 한창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될 동안 교육부는 무얼 했는가라는 힐난에 이어 ‘교육부가 죽어야 한국 교육이 산다’는 그럴듯한 주장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육부에 대해 돌을 던질 수만도 없다.

대입에서 내신의 반영 방법과 반영 비율을 둘러싼 논쟁이 거의 한 달 동안 진행되고 있다. 논쟁과 갈등이 지루하게 계속되면서 교육부에 대한 비난 여론도 한창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될 동안 교육부는 무얼 했는가라는 힐난에 이어 ‘교육부가 죽어야 한국 교육이 산다’는 그럴듯한 주장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육부에 대해 돌을 던질 수만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대입은 모든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 사항인 동시에 처음으로 공교육체제와 대학교육이 만나는 지점이다. 학생선발과 관련된 기능은 대학의 고유한 권리이자 임무임을 그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렇지만 대입은 대학의 자율이라는 가치뿐 아니라 공교육의 정상화라는 정책목표가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는 정책영역이다. 그뿐 아니라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까지 상대해야 하는 것이 대입의 영역이다. 대입과 관련된 수많은 당사자 중에서 전체적인 시각에서 이해관계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은 교육부밖에 없다. 그런데 말이 쉬워서 조정기능이지 당사자간 이해관계의 갈등이 첨예하면 할수록 모든 당사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이란 없다. 그러니 어느 누구로부터도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듣기 힘든 곳이 우리 교육부다.

교육정책이 사회경제적 이슈와 결합되면 교육부는 더 힘들어진다. 한 달 전 내신 1∼4등급을 만점처리할 수도 있다는 가벼운 언급이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내신 반영 방법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이슈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정책은 학교 울타리 안의 교육내용과 교육과정만 따지는 영역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계층간 갈등이 온전히 녹아 있는 그래서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정책영역이 교육정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육, 특히 대입은 모든 사람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언론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자칫 조금의 빌미라도 제공하면 신문의 1면 머리를 차지해버린다. 사회적 갈등이 수그러드는 것이 아니라 증폭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러니 교육부의 담당 공무원들은 고도의 정치적 감각과 언론 감각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감각만으로 지뢰밭을 피해나가기는 역부족이다.

여기서 교육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 윗선의 개입이다. 담당과장이나 국장 정도가 처리해도 충분할 일을 청와대가 나서는 일이 벌어진다. 교육정책의 정치화, 언론을 통한 정책갈등은 청와대가 개입할수록 더욱 더 심화되고 증폭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뒤처리까지 교육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이 살기 위해서는 분권화와 자율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의 갈등이 첨예화되면 될수록 정부가 사안을 안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개별 당사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서서히 마련해갈 필요가 있다. 이것이 분권과 자율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지만 대학자율화를 위한 전제조건은 아이러니하게도 교육부의 자율화이다. 자율이 없는 조직에는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다. 교육부, 대학, 학부모,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도 참여자들 모두가 자율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다만, 자율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며, 정책역량의 강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연섭 EAI 국가인적자원패널위원 ·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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