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의 후계구도 읽기
| 2007-06-07
류길재
북한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 김정일이다. 근세 이래 그처럼 절대적인 권력을 그토록 오래 누린 지도자는 없다. 그나마 스탈린이 30년 정도 누렸으니 그에 필적할 만할까,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그러나 김정일은 1970년대 초부터 40여년을 권좌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가 사망할 때까지 보장받았으니 스탈린도 명함을 내밀기는 어렵다.
북한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 김정일이다. 근세 이래 그처럼 절대적인 권력을 그토록 오래 누린 지도자는 없다. 그나마 스탈린이 30년 정도 누렸으니 그에 필적할 만할까,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그러나 김정일은 1970년대 초부터 40여년을 권좌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가 사망할 때까지 보장받았으니 스탈린도 명함을 내밀기는 어렵다.
김정일의 주위에는 측근들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당중앙위 부부장 직함을 갖고 있다. 북한에서는 부장이나 비서, 또는 장(長)보다 그 바로 아래에 있는 ‘부’(副)자가 붙어 있는 자들이 실세인 경우가 많다. 장들보다 구체적인 실무 범위를 책임지는 당 부부장들은 북한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실세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중에는 과거 빨치산이나 고위층의 자식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흔히 북한에서는 출신 성분이 중요하다고 한다. 대체로는 맞는 말이지만, 김정일은 능력 있고 충성심이 강한 사람들을 중용한다. 그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출신은 중요한 고려요인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노동자나 농민의 자식들도 능력만 있다면 김정일 하에서 더 잘나갈 수 있다. 나서지 않으면서 과묵하게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충성하는 스타일을 김정일은 가장 좋아한다. 이들 간에는 경쟁도 있지만 단결도 존재한다. 김정일 정권의 존망이 자신들의 존망과 직결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의 집단지도가 가능한 부분이다.
자신의 인척이라고 권력을 나눠주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2인자’가 될 싹이 보이면 가차 없이 그를 숙청하거나 ‘혁명화’에 내보낸다. 장성택이 대표적인 경우다. 다른 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에서 다음 후계자는 자연히 그의 아들들에게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 같다.
그의 아들들은 모두 정실의 소생이 아니다. 성혜림과 그의 아들 김정남이 어떻게 살았는가는 죽은 그녀의 조카 이한영에 의해 잘 소개되어 있다. 그들은 거대한 성과 같은 곳에서 ‘갇혀’ 살았다. 일반인들과의 접촉은 엄격하게 금지됐다. 물론 그 안에서는 최대의 호사를 누렸지만 감옥과 다를 바 없었다. 이것은 고영희와 그의 두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왜 성혜림과 고영희 모두 히스테리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을 앓았을까.
세 아들 모두 북한에서 김정일도 다녔고, 고위층 자제들이 다닌다는 만경대혁명학원을 나오지 않았고,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오지 않았을까. 왜 김정일은 자식들을 외국으로 내보내 공부를 시켰을까. 왜 김정남은 마카오에 살면서 비즈니스에 종사할까. 어떤 이들은 외국의 견문을 익혀 앞으로 지도자가 되는 데 필요한 식견을 갖추도록 하려는 배려라고도 한다.
망명한 전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신경완이나 황장엽 비서에 따르면 김정일은 남산고급중학교를 졸업할 때 외국 유학을 권유하는 말에 ‘평양에도 김일성종합대학이라는 훌륭한 대학이 있고, 여기서 공부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김정일이 만일 자신의 아들들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과연 외국으로 보냈을까. 더구나 김정일은 대학 다닐 때부터 이곳저곳에서 이미 당의 고위간부나 할 법한 ‘지도’를 선보인 행적이 있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 후광으로 지도자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다. 그는 주어진 권력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오늘날의 닫히고 경직되고 자신의 절대적인 권력을 엔진으로 힘겹게 굴러가는 북한체제를 만들었다. 그래서 김정일이 사라지면 북한체제도 비슷한 운명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권과 자신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측근들이야말로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까닭에서 김정일 이후 자식들보다 측근들이 집단적으로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도 있다.
류길재 EAI 북한연구패널 위원장,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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