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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현실 몰랐던 盧정부 균형자론에 中 어리둥절… 美는 배신감 느껴

동북아 지역을 바라보는 참여정부는 다중인격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쟁탈전에 ‘균형자’로 나서려는 포부를 키우는가 하면, 어느새 한·중·일 삼국의 무역장벽을 허무는 EU식 지역공동체를 꿈꾸기도 하였다.

현실 몰랐던 盧정부 균형자론에  中 어리둥절… 美는 배신감 느껴 

동북아 지역을 바라보는 참여정부는 다중인격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쟁탈전에 ‘균형자’로 나서려는 포부를 키우는가 하면, 어느새 한·중·일 삼국의 무역장벽을 허무는 EU식 지역공동체를 꿈꾸기도 하였다.

이처럼 냉·온탕 사이를 오가는 참여정부의 지역전략으로 헷갈리지 않은 주변열강은 없었다. 미국을 친구로 삼아 화평굴기의 비전을 달성하려는 중국은 미·중 갈등을 전제로 하는 참여정부의 균형자론에 어리둥절하였고, 한국을 동맹으로 인식해 온 미국은 미·중 양자 사이에서 힘을 구사하려는 균형자론에 배신감마저 느꼈다. 별안간 방향을 180도 바꾸어 지역공동체의 건설을 역설하는 노무현 정부를 신뢰할 주변 열강은 더더욱 없었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스스로 축소시킨 노무현 정부의 무능은 자신의 이념에 따라 현실을 아전인수식으로 재단하는 ‘인식’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우선 중국이 이미 미국에 견줄 만한 초강대국이 되었다는 착각이 문제였다. 여기에 미국이 북한핵 위기를 오히려 증폭시키고 동북아 지역을 ‘남방·북방 삼각동맹’으로 나눔으로써 억압적 냉전질서를 지탱하려 한다는 386 운동권식 반미감정이 가세하면 중국은 미국의 일방주의 노선을 견제할 대안으로까지 보이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한국의 대전략을 상반되는 방향으로 설정한 균형자론과 지역공동체론은 중국의 부상에 편승하여 한반도의 안보적 현안을 해결하자는 ‘중국편승론’에 다같이 뿌리를 두고 있었다. 미·중 양자 사이에 서겠다는 균형자론은 중국의 힘을 빌려 미국의 대북한 강경노선을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보였고, 공동체론에 근거하는 한·중·일 FTA는 중국에 편승하고 미국을 배제하는 지역블록의 구축에 나선다는 논리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동북아 지역은 제로섬의 권력투쟁이 지배하는 정글의 세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서로가 힘을 모으는 공동체도 아니었다. 오히려 음과 양의 기운이 긴장 속에 공존하면서 간간이 충돌하는 회색지대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였다. 그러나 상황의 이중성과 권력관계의 양면성을 꿰뚫어 볼 줄 모르는 참여정부는 결국 갈등을 양보 없는 투쟁으로, 관계발전을 공동체의 형성으로까지 확대해석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현실의 한 면만을 읽고 ‘오버’한 결과가 균형자론이고 공동체론이라는 진단이다.

게다가 참여정부가 구사한 균형자론과 공동체론의 화려한 수사학에서는 동북아 지역이 한반도 안보전략의 무대이자 수단이 될 뿐 그 자체가 대전략의 목표가 되지 않았다. 사실상 존재하지 않은 동북아 지역의 양극적 권력구조와 공동체 의식을 한반도 현안의 해결에 동원하겠다는 지역전략은 참여정부를 실패로 몰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 역학관계를 위해서 중국이 지역 차원에서 미국과 거리를 둘 리 없었고, 일본이 미국을 배제하고 한·중·일 FTA에 나설 리 만무하였다.

이명박 당선자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상황의 이중성과 권력관계의 양면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동북아 지역을 한반도의 종속물이 아니라 지역 자체로 다루는 지역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어느 하나를 선택하려 하기보다 양자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의 외교 그물망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김병국 EAI 원장 ·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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