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꽌시는 진짜 꽌시 아니다
kor_eaiinmedia | 2017-03-07
김미란 기자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안착시킨 사업가 A씨. 그는 자신을 돈방석에 앉힌 효자상품을 품에 안고 자신만만하게 중국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도 물건은 팔리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현지 사업가가 던진 한마디에 그는 조용히 사업을 접었다. “당신 제품은 너무 늙었다.” A씨에게 중국은 우리보다 한참 뒤처진 나라였다. 한국에서 몇 년간 대접 받던 효자상품이 중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 거라 확신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건 A씨만의 생각이었다. 중국은 그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이 변해 있었다.
중국에서 사업을 접은 A씨는 자신이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고 한탄했다. 그저 사업에 필요한 중국어 몇 마디만 배워 가면 한국에서처럼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A씨 말고도 많다. 하지만 중국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소위 말하는 ‘곁’을 잘 내주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중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걸 허락한다. A씨는 말했다. “중국을 커다란 달걀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바깥의 흰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죠. 하지만 안쪽 노른자는 생각보다 단단해서 쉽게 들어갈 수 없어요. 그게 바로 그들만의 세계, 중국입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해 6월 16일~7월 5일 19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미래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래를 위해 어떤 나라가 중요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1%가 ‘중국’을 꼽았다. 그 뒤를 미국(39.8%)이 이었고, 일본은 2.6%로 큰 격차를 보이며 세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꽌시? 필요하지만 맹신 말라
꽌시關係는 중국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문화다. 중국에서 사업이라도 하려면 ‘꽌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한번 믿음을 주면 어떻게든 도와준다는 꽌시는 긍정적인 의미 외에도 부정부패의 원인으로 종종 등장한다. 뇌물도 아는 사람한테만 받는다는 것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꽌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꽌시는 중국에서만 통용되는 문화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도 학연ㆍ지연 등 인맥 중시 풍조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어떻게든 잘나가는 사람 편에 줄을 대보려고 하는 우리의 ‘연줄’과 중국의 꽌시는 다를 바가 없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는 한국형 꽌시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꽌시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꽌시를 맹신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꽌시보단 기업의 역량이나 제품의 경쟁력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꽌시에 의존하다 보면 자칫 오판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꽌시가 필요하다면 그들의 ‘중심부’로 들어가야 한다. 오랜 준비기간을 두고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차근차근 중국 안에 녹아들어야 한다. 최근 중국 내 주요 인사들이 자주 언급하는 ‘타오싱즈’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정말 기회의 땅인가
중국에 직ㆍ간접적으로 진출한 한국기업은 숱하게 많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규모는 60%대에 달한다. 한국기업에 중국은 분명 ‘기회의 땅’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중국 때문에 성장한 만큼 중국 때문에 망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당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화장품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중국시장에 진출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매출의 70%가 중국 매출일 정도로 중국 사업 비중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화장품 업계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라는 변수를 만났다. 이에 따른 중국 측 보복 움직임은 점점 그 공세를 더해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시작된 피해는 여행을 넘어 유통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중국에서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ㆍ간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더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다. 시장은 광활하지만 한국기업만을 위한 곳은 없다. 중국을 배워야 할 이유는 이제 분명해졌다. 더 늦으면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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