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유럽이 난민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실 전 세계 미디어들이 난민들의 비참한 행렬을 연이어 보도하면서 이들에 대한 소식에 둔감해져 가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지난 9월 초, 터키 휴양지인 보드룸 해변에 쓸려온 시리아의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Aylan Kurdi)의 엎어진 모습은 전 세계인들에게 슬픔과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을 가르쳤던 그리스의 코스섬도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 포화 상태라고 한다. 두 곳 모두 가봤던 곳이어서 남의 일 같지 않다.

이숙종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성균관대 교수

 

유럽이 난민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실 전 세계 미디어들이 난민들의 비참한 행렬을 연이어 보도하면서 이들에 대한 소식에 둔감해져 가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지난 9월 초, 터키 휴양지인 보드룸 해변에 쓸려온 시리아의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Aylan Kurdi)의 엎어진 모습은 전 세계인들에게 슬픔과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히포크라테스가 의학을 가르쳤던 그리스의 코스섬도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 포화 상태라고 한다. 두 곳 모두 가봤던 곳이어서 남의 일 같지 않다.

 

시리아인 400만 명, 유럽 떠돌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사태로 불리는 유럽행 난민의 대부분은 내전을 피해 고국을 떠난 시리아 사람들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시리아 난민을 400만 명이라고 보고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인접 국가에 머무르고 있다. 터키에 200만 명, 요르단에 140만 명, 레바논에 120만 명, 이라크에 25만 명 등이다. 약 25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사망한 끔찍한 시리아 내전을 피해 800만 명의 시리아인이 집을 떠났다고 하니 나라 밖으로 떠난 사람이 절반, 시리아 국내 어딘가로 피한 사람이 절반인 셈이다.

 

이번 유럽행 난민의 대부분은 일차적으로 시리아 인접 국가로 이주했던 사람들이다. 4년이 지나도록 내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안정된 유럽에 정착하기 위해 북쪽으로 2차 이주 길에 오른 것이다. 올 한 해에만 약 60만 명이 유럽으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약 3000명이 지중해 바다를 건너다 죽고 말았다. 발칸반도를 통해 걷는 육로를 택한 난민들이 몰려들자 헝가리나 크로아티아 같은 유럽연합(EU)의 외곽 국가들도 혼란과 위기감에 휩싸였다.

 

국제사회는 난민 보호와 권익 옹호를 위해 1951년에 난민협정과 유엔난민기구를 만들었다. 난민은 인종·종교·국적·특정 집단 구성원 신분이나 정치적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을 합리적 공포가 있는 국적국 밖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강제 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국제법적으로 보호를 받는다. 한편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이동한 사람들은 경제적 이주자로 취급돼 보호받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 시리아 난민처럼 대규모 이동이 필사적으로 이뤄질 때는 ‘난민’과 ‘이주자’를 구분해 내는 일이 물리적·기술적으로 어렵다. EU에는 난민이 처음 발을 들인 회원 국가에서 망명 절차를 밟는다는 더블린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난민들이 일단 EU에 들어온 다음 자유 왕래에 따라 회원국 간 국경을 넘어 대규모로 이동할 때도 더블린 규정을 따른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로베르트 칼리나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유럽으로 들어오는 시리아 난민 가운데 망명 조치와 같은 비호가 필요한 난민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경제적 이주자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유엔난민기구는 2008년 ‘난민 보호와 혼합 이주에 관한 행동 계획 10조’를 채택해 혼합적으로 이동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존중할 것을 강조하면서 ‘친보호적 입국 체제’를 요청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유럽이다. 대응 방법도 아직까지는 분열되고 혼란스럽다. 일단 EU는 유엔난민기구에 100억 유로의 추가 지원과 함께 회원국들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용할 난민 수를 배정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거쳐 들어온 12만 명에 대해 5만5000명을 일차적으로, 나머지는 1년 후 수용한다는 것이다.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 등 4개 중유럽 회원국들은 쿼터제에 반대했다. 하지만 EU의 내무장관들은 이들 회원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쿼터제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중유럽과 동유럽 회원국에는 합쳐 1만5000명의 난민 쿼터가 배정됐고 대부분은 독일과 프랑스가 수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유럽 회원국들의 반발은 심각하다. 슬로바키아는 의무 쿼터제에 반대하면서 유럽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적극적 난민 수용의 선봉에 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원국들이 책임감을 갖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단합해 난민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유럽의 미래는 없다고 압박한다. 하지만 난민 문제에 대한 공동 정책이 EU 단결의 시험대일 필요는 없고 쿼터제는 난민을 유럽으로 끌어들이는 유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영국은 수동적이고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국내외서 비판이 고조되자 EU의 공동 정책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올해 4000명, 향후 5년간 2만 명의 난민을 받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의무 쿼터제 못지않은 쟁점은 국경 통제다. 헝가리 정부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실제로 실행했다. 그러나 EU 28개국의 대부분은 여권 없이 자유롭게 역내에서 이동하는 솅겐조약이란 공동의 출입국 관리 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국경 통제를 반대한다. EU가 동서 분열을 보이는 것은 난민 이동 통로의 전초기지가 돼 버린 동쪽 회원국들의 일차적 피해가 난민들의 최종 목적지가 되는 북유럽 회원국들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EU 남쪽 국경에 도착한 난민들의 조속한 지문 등록, 망명을 받아줄 자와 추방할 자를 구분하는 일, 이들에 대한 구호 활동 등이 일차적으로 EU 국경지역 회원국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아시아판 난민 위기 벌어진다면

 

EU는 역외 국가인 발칸과 중동 인접국들이 유럽행 난민의 수를 급격히 줄여주도록 협상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EU 이사회 회의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난민 유입의 주요 통로가 되는 터키에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대가로 터키의 난민 구호를 돕기 위한 30억 유로 지원, 2016년부터 무비자 여행 허가, 터키의 EU 회원 협상 재개를 제시하고 있다.

 

난민 행렬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는 것이겠지만 복잡한 내전 양상과 이를 중재할 강력한 리더십 부재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이번 난민 위기는 유럽 국가들의 국내 정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난민 유입에 대한 위협감을 배경으로 외국인 혐오증이나 이민자 배척 같은 우익 정치 득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내전이 불러온 난민 문제, 그에 따른 유럽 지역주의의 위기 및 정치 변동 등을 보면서 아시아에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아시아에는 유럽처럼 난민에 대한 공동 정책이 없는 만큼 나라마다 자기 사정에 따라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보트피플’이라고 불렸던 베트남 난민을 받아 이들의 직접 수용보다 제3국 이주를 도운 적이 있다. 2012년에는 국내에서도 난민법이 제정됐고 이듬해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5월까지 159명의 외국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다고 한다. 6·25전쟁으로 피란민의 상처를 잘 아는 우리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얼마나 많은 아시아 난민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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