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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 정한울 “한국·일본 국민감정, 최악 상황 속에서 솔루션 실마리 보인다”
kor_eaiinmedia | 2015-06-15
정한울
최근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양국 국민감정이 심각하게 악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의 겐론NPO가 공동으로 조사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혹은 대체로 좋다”라고 응답한 한국 국민은 15.7%에 불과했으나 “좋지 않다 혹은 대체로 좋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72.5%에 달했다.
일본·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각각 한국인 72.5%, 일본인 52.4%
양국 국민 70%가량, 국민감정 악화에 대한 우려와 개선 필요성 공감
한일 양국, 교류 늘면 우호적 태도 강화… 젊은층일수록 상대국에 호감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수석연구원 칼럼] 한일수교 50주년을 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이했지만 한일 양국 관계는 답답함을 넘어 심각한 걱정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한일 국민감정 악화의 심각성, 양국 간 부정적 인식 상승의 악순환
■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2013년 76.6%→ 14년 70.9% → 15년 72.5%
■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2013년 37.3% → 14년 54.4% → 15년 52.4%
최근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양국 국민감정이 심각하게 악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의 겐론NPO가 공동으로 조사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혹은 대체로 좋다”라고 응답한 한국 국민은 15.7%에 불과했으나 “좋지 않다 혹은 대체로 좋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72.5%에 달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3.8%에 그쳤지만 “좋지 않다” 고 답한 비율은 52.4%로 과반이 넘었다. 2013년 조사에서 일본인 중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37.3%였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증가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조사를 인용하며 한일관계를 “얼음장”이라고 평했다, 비슷한 시기 중앙일보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일관된 패턴을 읽을 수 있다. 현재의 한일 관계가 “나쁘다 또는 매우 나쁘다”고 답한 한국인은 79%, 일본인은 55%였다. “좋다”는 의견은 한국 국민의 3%, 일본인 6%(매우 좋다 1% 포함)에 그쳤다. 최근 요미우리신문과 한국일보의 공동조사에서도 한국인의 85%, 일본인의 73% “서로 신뢰 못한다" 고 답했다.
양국의 대다수 언론들은 최악의 한일관계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를 대서특필하고, 냉각된 국민감정을 집중 부각했다. 천편일률적으로 양국 관계의 어두운 면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물론 그 어느 때보다 양국 국민들의 국민감정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객관화된 수치를 통해 서로가 상대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데 그친다면, 오히려 이런 조사들이 양국 국민들 사이에 잠재된 반감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조사 결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최악이라고 표현되는 양국 관계의 이면에 조심스럽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와 기대감을 보여주는 긍정의 메시지들이 숨어 있다.
여론을 통해 본 냉각된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
냉정 찾는 한일 여론, 양국 국민감정 악화에 대한 우려와 개선 필요성 공감
한국 국민들 중에는 한일 양국의 악화된 국민감정을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며, 우려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이 26.4%였고, "문제이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40.8%였다. 열 명 중 일곱 명이 양국의 국민감정이 악화되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도 29.0%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며,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문제이며,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도 38.8%로 나타났다.
상대국에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물론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현재의 악화된 국민감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실제로 한국 국민 중 일본에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 68.2%(“우려 된다” 27.9%+“현 상황 개선해야 한다” 40.3%)가 현 상황이 우려되거나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본 국민들 중에서도 한국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 73.7%(“우려된다” 31.0%+“현 상황 개선해야 한다” 42.7%)로 나타났다. 더 이상 한일 국민여론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그림1).
한일양국, 교류 늘면 상호 우호적 태도 강화되는 패턴 뚜렷
중국 방문 여부는 한국인의 중국 호감도 상승에 도움 안 돼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NPO 조사 결과 중 눈에 띄는 결과는 최소한 한일관계의 경우 양국 국민들 사이의 교류와 접촉이 커질수록 상호 긍정적 태도가 강화되는 패턴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개인 간의 관계뿐 아니라 국가 간 관계에서도 교류와 접촉이 늘어날수록 상대국에 대해 긍정적 태도가 강화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악화되거나 전혀 상관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증가될수록 상호 인식의 개선을 예상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 양국 간의 직접적인 접촉이 강화되는 것이 관계 개선에 도움이 안되거나 심지어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림2]는 한일 양국 국민들 중 상대국을 방문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방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나누어 상대국에 대한 인상을 비교한 결과다. 한국인 중 “일본방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층에서는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이 29.7%, “부정적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이 60.1%였다. “일본 방문 경험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는 일본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이 10.7%,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이 76.8%다. 일본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 중에서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2%였지만, 방문 경험이 없는 사람들 중에서는 긍정적 응답이 21.2%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방문 여부는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3). 100점 만점으로 측정한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 점수 평균을 보면, 중국을 방문해본 응답집단이 61점, 방문해본 적 없는 응답집단에서도 60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을 방문해본 응답집단에서는 일본에 대한 호감도 평균이 39점, 방문해본 경험이 없는 집단에서는 35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된다(T테스트 결과). 결국 한일관계는 한중관계와 달리 양국 국민들간 교류의 폭을 넓히면 상호 간에 우호적인 태도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래세대 간 우호적 태도 강해
젊은 세대일수록 상대국에 대한 좋은 인상
미래세대 간 상호 우호적인 태도가 강한 것도 장기적으로 보면 한일 국민감정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한국의 경우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이 20대에서는 25.7%, 30대에서는 19.4%였고, 40대에서 15.2%, 50대에서 12.6%로 낮아지고, 60대 이상에서는 7.6% 에 불과했다. 일본의 경우도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비율이 20대에서는 31.2%로 세 명 중 한 명은 한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30대에서는 26.7%, 40대에서 24.3%였고,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20.7%에 그쳤다. 한일 갈등을 역사적으로 체험해온 고연령 층에서 상대국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약하고, 젊은 층일수록 상대방에 좋은 인상을 가지는 패턴이 뚜렷하다.(그림4)
그렇다고 2030세대가 4050세대에 비해 역사의식이 선명하지 못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에 대해 60대 이상에서 어떠한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74.2%)이 다른 세대에 비해 10여% 포인트 가량 높았을 뿐 20대~50대에서도 신사 참배를 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은 극히 소수였고, 60~65%가량이 공적이든 사적이든 신사 참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그림5)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서로 우호적인 태도가 강하다는 것은 양국 정부 및 시민사회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양국 국민감정의 앙금을 해소하는 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관계 개선의 솔루션 찾기: 문제 해결의 관점 정립이 우선
양국 관계가 최근 수년 간 서로 충돌하며 화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사 교과서 및 위안부 문제 등 한국 국민들의 국가정체성과 민족의식을 자극하는 이슈들이 최대현안으로 교류와 협력의 가능성을 억누르고 있다. 양국 국민들 사이를 가르는 깊은 인식의 골과 갈등 요인만을 조명할 경우, 냉각된 한일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은 요원해진다. 한일관계는 과거의 역사적 관계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현실의 정치경제적, 군사안보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주춤하고 있지만 양국 문화적 교류의 필요성도 말로 강조할 필요가 없다. 미래 도전 요인에 대한 공동의 대처도 절실하다.
문제를 덮거나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함이 아니다. 앞으로도 다툴 것은 다투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할 것이다. 역사 문제와 다른 현안에 대한 분리 대응처럼 유연하고 현실적인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일관계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얼마나 심각한지 등 어두운 단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더 이상 큰 효용이 없을 뿐더러 이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문제제기에서 문제 해결의 관점으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여론조사도, 언론 보도도, 정부 간 외교 및 민간 교류도 솔루션 찾기에 집중해야 한다. 무엇이 격앙된 국민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어떤 해법이 양국 국민들의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낼지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고작 한일관계가 얼음장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비싼 조사비용을 들이는 일은 멈출 때가 되었다.
■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프로필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정치학박사(고려대)-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수석연구원(현), 주한미군사령관 민간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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