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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론조사는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kor_eaiinmedia | 2014-07-25
정한울
선거여론조사는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최근 선거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 커지면서 규제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선거여론조사의 불공정한 보도가 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부작용이 크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과연 그럴까? 앞서 가는 후보로 지지를 쏠리게 만드는 편승효과나 반대로 뒤쳐진 후보에 대한 동정 심리를 의미하는 열세자 효과는 공히 유권자 다수를 분위기에 휩쓸리는 소위 ‘무식한 유권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한국의 유권자들을 세계 다른 나라들과 견주어보면 사실 높은 학력수준과 정치적 지식수준을 자랑한다. 한편에서는 맹목적인 지역투표나 동원투표가 잔존하고는 있지만, 매 선거 마다 절묘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한국의 유권자들은 견제 심리와 균형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편승효과 또는 열세자 효과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을 폄하하는 효과를 낳는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압승을 여론조사 보도의 편승효과로 얼마나 설명할 수 있을까? 2010년 지방선거의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였던 여당 대신 야당이 승리한 것을 열세자 효과로 봐야 할까? 이명박 후보의 승리는 참여정부 심판론과 경제이슈에서의 우위의 결과이며,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야당 승리는 무상급식 이슈 선점과 정부 견제론의 결과라는 정치적 해석이 훨씬 효과적인 설명이 아닐까? 2012년 대선에서 선거 막바지 문재인 후보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결국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요인 역시 다른 요인보다는 불완전한 야권단일화와 보수층의 결집에서 찾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더구나 투표 시 여론조사의 결과보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유권자들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 EAI·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KEPS 패널조사 데이터 “지지후보 결정시
여론조사 보도에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비율
* 2012년 대선조사 결과를 2010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동일 선거조사인 2007년 대선과 비교하는 것이 타당함. 같은 대선만 놓고 보면 41.5%
에서 34.9%로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음.
한편, 선거 과정에서의 우열이 여론조사로 드러나면서 비정상적인 선거운동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본말이 전도된 듯하다. 비정상적인 선거운동의 유혹은 오히려 선거 불확실성이 클 때 유발된다. 또한 비정상적인 선거운동은 정상적인 캠페인을 유도하는 제도 정비와 법적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제대로 된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의 선택 뿐 아니라 각 후보 및 캠프들로 하여금 보다 민의에 부합하는 캠페인 전략을 수립하도록 압박하는 긍정적인 작용이 될 수 있다. 여론조사는 메시지 전략과 타겟팅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다. 앞선 후보는 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충성심 높은 지지층과 약한 지지층을 구분하고 각각을 대상으로 한 세부 캠페인 전략을 고안해야 하며, 열세인 후보의 경우 상대 진영으로 경도되었거나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중간지대 유권자들이 누구인지 파악하여 그들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방향으로 캠페인 전략을 수정하고 쟁점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는 필수적이다. 결국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에서 양측 모두가 민의를 수렴하고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제가 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복지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책 수요를 파악하여 정책 포지션 이동을 캠페인 전략으로 내세웠던 것이 열세 국면을 반전시킨 핵심 요인이었음을 상기해보라.
문제는 모든 선거여론조사가 저절로 순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재료에서 좋은 요리가 가능하다. 신뢰성과 타당성 높은 여론조사가 양산되어야 순기능으로 작동하게 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론조사 방법은 수천만 전체 유권자의 민심을 천명 남짓한 상대적으로 소수(?)의 샘플을 뽑아 확률적으로 추론하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실제 참값과는 차이 즉 오차를 포함하는 데이터이며 항상 틀릴 수 있는 확률도 내포하고 있다. 오차범위 내의 수치 차이를 유의미한 차이로 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오차의 크기는 무엇보다 뽑힌 샘플들이 얼마나 전체 유권자들을 잘 대표하는가에 달려 있다. 전체 유권자 중 일부집단을 과대 대표하거나 과소 대표할 경우 이들 샘플로부터 얻은 수치는 전체유권자들의 여론과 큰 오차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계를 갖고 있지만, 여론조사가 한국의 선거 및 민주주의 진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이를 잘 활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시계열적 변화추이 및 동일시점의 여러 조사 결과를 세심하게 살펴보면 여론변화의 추이와 해당 시점의 여론분포를 상당히 근사하게 추측할 수 있다. 언론보도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지만 통계적인 분석기법을 잘 활용하면 유권자들의 투표선택을 결정하고 변화시키는 다양한 요인을 찾아낼 수도 있다. 여론조사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정확성 보다 그 분석의 함의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오해하듯이 여론조사는 완전무결한 방법도 100%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방법도 아니다. 그러나 과학적 절차와 방법에 따라 취합된 조사 데이터는 동시에 수천만의 민심을 엿볼 수 있는 유력한 창을 제공한다. 여론조사의 한계는 인정하면서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 위 내용은 외부 전문가의 개인적 의견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진: 정한울
[약력] 고려대 정치학 박사. 현 동아시아연구원(EAI) 사무국장, 현 유엔사,한미연합사, 주한미군 사령관 민간자문위원회(KAC) 위원, 전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주요 저작 및 논문] 공저서로 <변화하는 한국유권자>시리즈, <박근혜 현상>, <18 그리고 19>, 논문으로 “이슈와 한국 정당지지의 변동”, “세대균열의 구성요소: 코호트 효과와 연령 효과”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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