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율, 임기 끝까지 갈 수 있나
kor_eaiinmedia | 2014-07-01
이재진·김유리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치평론가나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존 틀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치평론가나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존 틀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최근 세월호 참사와 인사 파동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든 양상이고 ‘레임덕’까지 올 수 있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여전히 40% 초반의 지지율로 굳건히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40대 연령층이 지지를 철회하고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역전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 고정 지지율은 여러 악재에도 쉽사리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핵심코어 30% 비밀…종교적 신념, 전쟁 트라우마, 보호본능
박근혜 대통령의 일명 ‘콘크리트 지지율’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나 통계를 보면 보수 성향의 지역과 고연령층에서 강한 신뢰를 나타내는 것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라고 볼 수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통 여론조사에서 보수-진보 성향을 물었을 때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의 37%, 50대 이상 계층과 영남과 강원-충청의 동북벨트, 경기도 지역의 보수 성향 지지자들의 응답을 더하면 박 대통령 고정 지지율을 35~40%로 보고 있다. 다만 보수층 균열로 인한 일부 이탈층을 빼고 임기 끝까지 지지 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핵심코어’ 지지율을 30%대라고 지적했다.
김영재 한국정치학회장도 “전통적 보수 지지층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좋은 호감을 가지고 있고, 영남에 더해 충청과 강원도에 기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고정지지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무엇 때문에 ‘그들’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치는 세력으로 존재하는지는 객관적인 지표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홍 소장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실체에 대해 “역사적으로 이념을 경험한 보수 지향, 즉 6. 25 전쟁을 경험하거나 남북관계를 안보 중심으로 보는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종교인들이 개종하기 힘든 것처럼 이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객관적 사실로 확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소위 종북세력과 관련해 야권 전체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고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도 박 대통령에 대한 종북 세력의 준동이라고 보고 있다”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단순한 수치로 볼 게 아니라 역사적 맥락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기존에 보수-진보-중도의 비율을 ‘30-30-40’으로 봤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폭력을 수반하지 않고 정국 운영 능력의 최대치를 보였음에도 보수가 40% 비율을 차지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전쟁 트라우마가 사회화되고, 박근혜 대통령에 투영돼 40%대의 지지율이 잘 깨지지 않는 ‘정서’로 남아있다는 것이 최 평론가의 주장이다.
최 평론가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진보진영 지지층은 이라크 파병 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탄핵 국면에서는 반대 집회에 나갔다. 하지만 보수는 그렇지 않다. 핵심 지지율 30%은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일관되게 지지한다. 박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단지 30%에 더해 플러스 알파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의 문제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미지 역시 고정 지지율을 구성하고 있는 조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지지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 부모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라는 점 등 복합적인 요소가 박 대통령의 ‘보호본능’을 자극해 고정 지지율로 자리 잡고 있다고 것이다.
김영재 학회장은 “집안에 부모가 사건으로 삶을 마감했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이 많다. 보호본능 정서라는 것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30%대의 견고한 지지율이 설명이 안 된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있고, 인사 실패로 인한 지지율도 크게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리서치 박석호 조사부장도 “세월호 참사, 인사 실패 등 이 정도 사안이고 악재였다면 다른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 사태가 올 수 있지만, 최근 지지율로만 보면 특정 연령대에서 오히려 선방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아직도 견고한 편”이라며 “박 대통령은 오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정서적으로 어떤 사람이라고 가깝게 느끼고 있고, 나이 드신 분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고 자란세대로 정서적인 교감이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크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민주정부 10년과 이명박 정부 5년을 보내면서 정치를 통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망이 사라졌고, 박 대통령에 맞선 대안세력 역시 국민의 선택권을 받지 못할 정도로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30% 지지율이 박 대통령의 지지층으로 고착화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일이 터졌는데 누가 했으면 터지지 않았을까, 누가 해결해줄 것인가라는 기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박 대통령은 본인의 이미지를 잘 관리해왔다. 정치권에 비껴가 있는 상태로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독자적인 영역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사람이 뭐했나라고 해서 별 다른 게 없다면 신화가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분석…건재 vs 위기
가장 최근 여론조사인 한국갤럽 6월 넷째주(27일)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42%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보다 1%포인트 떨어진 수치이고, 부정평가는 일주일 전과 마찬가지로 48%를 기록했다. 지방선거 직전인 한국갤럽 5월 넷째 주(26일~28일) 여론조사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이 터진 직후인 6월 둘째 주(10일~12일) 여론조사를 연령대별로 비교해보면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율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5월 넷째 주 조사에서 19~29세 연령대에서 ‘잘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26%였는데 6월 둘째 주 조사에서는 긍정평가는 25%로 줄었다. 반대로 부정평가는 60%에서 62%로 늘었다. 30대부터 50대 연령층에서도 긍정평가와 부정평가는 한자리수로 감소했거나 증가했다. 하지만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5월 넷째 주에는 긍정평가가 77%로 나왔고 6월 둘째 주에도 77%로 나왔다. 부정평가는 14%에서 15%로 1%포인트 증가했을 뿐이다. 문창극 후보의 친일사관 논란이 일었던 발언을 보고 젊은 세대에서는 부정평가 양상 흐름이 나타났지만 60대 이상에서는 지지율 변화가 크지 않은 셈이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5월 넷째 주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84%가 응답했고 9%만이 부정평가를 내렸다. 6월 둘째 주 조사에서는 ‘잘하고 있다’는 82%, ‘잘 못하고 있다’는 12%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이재환 모노리서치 선임연구원은 “박 대통령의 지지층을 확실하게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대략 통계적으로는 고연령층의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 등 동쪽 벨트 여성으로 귀결되며 적극 호응층이 높고 흔들림이 없는 단단한 지지층이 형성돼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60대 이상 고령 지지층의 긍정 평가는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그대로 딸인 박 대통령에게 투사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박 대통령 지지 근거는 표면적으로 외교·국방에 대한 긍정 평가지만 실질적으로는 ‘돌아가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율을 감안하면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교해 레임덕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첫해 60% 지지율에서 20%대로 떨어졌고 이명박 대통령도 임기 초반 50%대에서 20%로 떨어진 바 있다. 지난 1년 동안 지지율 성적으로만 보면 역대 대통령 중 박 대통령이 가장 견고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고정 지지율을 30%대로 놓고 플러스 알파의 지지율 변화 추이를 지켜봐야지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과 절대 수치를 비교해 레임덕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홍형식 소장은 문창극 총리 후보 인사 파동은 보수의 핵심 정체성인 남북관계에 더해 친일사관이 논란이 되면서 전통적인 보수 세력에 혼란을 주고 일부 지지율이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났지만 정홍원 총리 유임 결정 이후 진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환 선임연구원은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은 내재된 정치 성향에 따라 정치 이슈에 따라 흔들리지 않으며 악재에는 오히려 결집하는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며 “한 발 떨어져서 박 대통령을 평가하기 보다는 정치 신념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박 대통령에 대한 ‘비토’는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지지층 관리를 잘해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보수 일방적인 정치를 했지만 그를 상쇄할 수 있는 재벌 비리 엄벌, 전두환·노태우 추징금 집행 등에서 성과를 보이면서 중간층 지지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악재에 대응하는 ‘보상 의제’를 제공하면서 지지율 관리를 했다는 분석이다.
정한울 부소장은 “정치적으로 보면 박 대통령이 던진 의제가 갈등을 유발했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차기 선거 등을 위해서라도 중도층 통합 의제를 던질 것”이라며 “이명박 초기 내려갔던 지지율이 50%선을 회복했을 때 ‘공정사회’ 등 중도층에서 지지를 끌어올렸다는 점에 비춰보면 앞으로 중도층을 잡을 수 있는 의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환 선임연구원은 “대표적으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경질하지 못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 대통령은 ‘내각은 바꿔도 자신의 체제를 변동 없이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새로운 산토끼를 잡기 보다는 고정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집토끼를 지키는 정책이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긍정평가의 요인 중 하나인 남북관계와 외교 안보 이슈를 활용해 지지율 회복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가 불거졌을 때 특유의 유체 이탈 화법을 쓰면서 이전 정부에 정치적 책임을 분산시키면서 동시에 외교 안보 이슈로 던지면서 성과를 부각시키는 방안이다. 일례로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의제를 발표하면서 정국 전환을 꾀한 것처럼 파괴력이 큰 이슈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최요한 평론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측의 아시안 게임 참가 문제 등 남북관계 개선 의제를 올려놓고 화해모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권 내부 갈등…레임덕이라고?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이 균열하는 최대 변수로는 여권 내부의 갈등이 꼽힌다. 새누리당이 ‘혁신’을 기치로 내세우며 7. 30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더 이상 ‘박근혜 마케팅’으로는 중도층을 흡수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형식 소장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정치권 외생변수가 한 번 더 터지면 3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내부 변수로 보자면 야당의 국정운영 비판 공세보다는 친이-친박의 대립 갈등이 벌어지고 전당대회에서 누가 되든 당청관계 설정이 달라지면서 내분이 일어나 하락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보수층 내부에서 균열 조짐이 엿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리아리서치 박석호 조사부장는 “장외 보수 진영을 자칭하는 계층으로 부터 문창극 씨를 보호하지 못했다 의견이 나오고 박근혜 대통령이 반대 진영과 타협하는 게 아닌가 시각도 있다”며 “콘크리트 지지율을 구성하는 내부 극우 세력이 이번 사태를 통해서 조금 이탈하는 경향이 일부 있다. 많지는 않지만 견고하다고 봤던 지지층의 스펙트럼 중 한쪽이 와해되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환 연구원은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율이 10~20% 대로 떨어진 적도 없고 ‘정치적 신념’에 기반한 고정 지지층이 쉽게 돌아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지율 하락과 그로인한 보수층 혹은 여당 내부 분열이라는 레임덕 전제 조건이 만들어 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정한울 부소장은 “박 대통령 레임덕 논란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정한울 부소장은 “레임덕의 가장 큰 징표는 내부 분열인데 아직까지 의미 있는 정도의 내부분열은 없다”며 “지난선거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효력을 발휘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차별화보다는 ‘박 대통령이 성공해야 차기 정권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한울 부소장은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당 내부 단속과 경제 문제에 큰 영향을 받게 되는 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중간층의 ‘경제성과’에 대한 평가가 박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라며 “경제 지표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경제 평가가 들어가면 내년 하반기 지지율 하락 국면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하지만 “정홍원 총리 유임에서 정부의 위기관리나 수습 능력이 없다는 걸 스스로 드러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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