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국가정보원과 군,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사건 초기 문제된 '댓글'뿐만 아니라 또 다른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를 통해 5만건이 넘는 정치관련 글을 올린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사진: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가

문재인 의원의 대선불복관련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권주훈 기자

 

문제해결 열쇠 쥔 박 대통령은 두달째 침묵만

 

여당은 대선불복 몰이·말꼬리 잡아 정쟁유발

 

국가정보원과 군,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사건 초기 문제된 '댓글'뿐만 아니라 또 다른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를 통해 5만건이 넘는 정치관련 글을 올린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군 검찰이 '3명의 개인적인 일'이라고 결론내렸던 사건도 이들 외에 11명의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조직적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 새누리당 선거운동을 지원한 '십알단'(십자군알바단)이 서로 같은 글을 리트윗하며 국가권력기관들이 사이버상에서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3각 동맹'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파만파로 커지는 국기문란사건의 결말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과 검찰 수뇌부는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 야당은 무능력하고 여당엔 해결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지켜보는 국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대선 직전 일개 국정원직원의 댓글에서 출발한 작은 사건이 1년씩이나 한국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 여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정운영과 사회갈등 해소의 1차적 책임이 청와대와 여당에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사태해결의 열쇠를 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은 적이 없다"(8월26일)고 한 뒤 두달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국정원뿐만 아니라 군까지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별 일 아니다"며 버티고 있다. 청와대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대선승리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끼인 새누리당은 대선에 불법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과 군을 옹호하기에 바쁘다. 할 수 있는 전략이라곤 야당의 진상규명활동을 대선불복운동으로 몰아가고, 야당 의원들의 말꼬리를 잡아 정쟁을 확산시키는 방법 정도다.

 

여당 지도부는 국기문란사건의 주체인 국정원과 군 수뇌부 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극히 미미한 양의 댓글로 대선판도가 바뀐 것처럼 야단법석 … 조직개입이란 것은 침소봉대"(23일 최고중진연석회의)라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조직적 개입이 아니다"라고 예단한 셈이다. 당장 야당에선 "여당 지도부가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당내에선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당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이 사건을 정권 정통성 시비로 보는 박 대통령의 입장이 강경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중진의원은 "강경한 박 대통령 입장 때문에 당내에선 '국정원사건에 대한 객관적 태도=야당을 돕는 해당행위'란 묵계가 있어, 젊은 의원들도 제대로 입을 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겉으론 민생정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여당이 정쟁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매일 5~10건의 브리핑과 공식회의상 여당 지도부 발언을 공개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정쟁유발성 언급이다.

 

23일에도 8건의 브리핑이 있었지만 보도해명 1건과 '상임위별 국정감사 우수의원 선정'만 제외하곤 6건이 정쟁을 유발하는 내용이다.

 

이날 브리핑 가운데는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국정원사건 특별수사팀장), 권은희 송파서 수사과장(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송경근 판사(통합진보당 경선 대리투표 무죄판결) 등 3명을 '친노 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관계 자체가 달라 당내에서도 '무리한 브리핑'이란 얘기가 나왔다.

 

반면 당과 국정 운영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약속한 '정치쇄신·국정쇄신'에 역행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등 상당수 복지공약을 번복하고 군복무기간단축·전시작전권 환수조치 등도 보류됐지만 사과나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차례 구속됐던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10·30 재보선에 공천하면서 정치쇄신 약속도 물거품이 됐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은 "현재까지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여권의 국정운영을 받쳐주고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과 했던 약속이 퇴색하면서 여론에 변곡점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대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