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악재 때마다 권력기관을 앞세워 흐름을 뒤바꾸는 박근혜 대통령.
우리 사회의 보수화가 강화되면서 그의 카드는 꺼내는 족족 효과 만점이다.
쉴 새 없이 흔들어대는 그의 반전카드는 언제까지 약발이 먹힐까.

악재 때마다 권력기관을 앞세워 흐름을 뒤바꾸는 박근혜 대통령.

우리 사회의 보수화가 강화되면서 그의 카드는 꺼내는 족족 효과 만점이다.

쉴 새 없이 흔들어대는 그의 반전카드는 언제까지 약발이 먹힐까.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이슈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지난 여름 국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름 휴가를 다녀오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말들이 오갔다. 일주일만 여의도를 비워도 정치권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카드가 많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상황을 주도하는 쪽이 청와대와 긴밀한 국정원과 검찰이고, 그러다보니 이슈들이 ‘국면전환용’이라는 해석이 덧붙여진다.

 

지난 5월 검찰이 CJ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을 때도 정치적 해석이 덧붙여졌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것이다.

 

CJ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혐의나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동영상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슈의 흐름이 CJ그룹 수사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면전환이 됐고, 여론 환기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APEC 정상회의에 참여한 박근혜 대통령

 

남재준 국정원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논란’이나 국정원의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시작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예비 혐의사건’ 등도 대표적인 국면전환용 사건으로 분석된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잠재우고, 주요 이슈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맥락에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국면전환용’이라는 비판 성명서를 내놓지만, 정보를 쥐고 있는 사정기관 앞에서 제대로 된 반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 쪽이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워낙 없어서 자꾸 검찰이나 국정원이 파놓은 구덩이에 빠지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국정원·검찰 앞세워 이슈 만들기

 

국정원과 검찰을 앞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국면전환용 카드’는 왜 효과를 보는 것일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보수화가 강화되면서 당분간은 이러한 사건들이 정권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진짜 사나이’ 같은 병영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국군의 날’ 행사의 규모가 커지는 것 등은 우리 사회가 보수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보수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그럴수록 ‘NLL 문제’나 ‘통합진보당 사건’과 같은 보수적 정치쟁점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당분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수층이 두꺼워지면서 ‘NLL 포기 발언 논란’ ‘통합진보당 사건’ 등이 사회적으로 좀 더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면전환용 카드 정치’는 언제까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여론분석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중도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대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등은 국면전환용으로 평가받더라도 기득권층에 대한 심판이라는 측면에서 여론의 역풍은 받지 않는다. 문제는 정치적·이념적 쟁점 이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이슈가 쉴 틈 없이 돌아가면서 정치적·이념적 쟁점 이슈가 이전에 비해 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 부소장은 이전 정권에 비해서 ‘NLL 포기 발언 논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예비 사건’과 같은 정치적 갈등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중도층 사이에서 정치적 피로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소장은 “노무현 정부 초기에도 정치적·이념적 쟁점 이슈가 부각됐었는데 그러다 보니 국정 지지율이 낮아지고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취임 초기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정치적·이념적 쟁점 이슈에서 분리된 것처럼 보였지만, 이러한 이슈가 반복되면서 박 대통령 또한 유권자들에게 ‘정쟁’의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취임 초기 ‘NLL 포기 발언 논란’의 어젠다를 마련한 것은 남재준 국정원장이었고, 이를 이어받은 것은 새누리당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박근혜 대통령도 이러한 정치적 쟁점과 연관됐다는 인식이 유권자들에게 퍼지면서 이념에 관심이 없는 중산층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빠지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껏 자신을 ‘정쟁’과 분리시키며 ‘민생’에 방점을 찍었지만, 기초연금 공약 파기 이후에는 이러한 분리전략이 이전처럼 설득력 있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쟁 주체 드러나면서 중산층 이탈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과 같은 동일한 이슈가 반복되면서 여론 민감도가 낮아져서 악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은 여야가 모두 관련된 이슈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이 이슈를 촉발시킨 것은 여권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 실장은 “처음에 NLL 포기 발언 논란 이슈를 여권이 주도했을 때는 보수진영을 결집시키고 야권에 대한 공세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용한 소재였던 점은 맞다. 하지만 이슈가 제기된 지 1년이 지났는데 ‘포기한다’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고, 이 이슈로는 더 이상 여권에 유리한 여론을 환기시키 어렵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어 “국민의 실생활과는 무관한 것이 반복되다보면 이슈에 대한 거부감이나 피로도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갈수록 단면적인 국면전환의 효과보다는 정권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변화하는 등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이나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앞세워 정치적·이념적 정쟁을 불러오는 박근혜 대통령의 ‘카드’는 장기적으로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불리한 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이던 ‘해외순방’도 ‘반짝 효과’ ‘이벤트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한울 부소장은 “해외순방으로 올라간 지지율은 길어야 두 달을 채 가지 못하고 빠지게 된다. 이는 안정적인 지지기반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면전환 카드 정치’가 아닌 다른 정치 스타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취임 초기만 해도 박근혜 정권의 지지율이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정 부소장은 강하게 밀어붙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지나치게 정치적 쟁점을 많이 남기면서 생각보다 빨리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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