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3자 회담이 열린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야당의 장외투쟁, 검찰총장 사퇴 등 얽힌 정국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첫 영수회담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회담 성과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정치학 박사

 

3자 회담이 열린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야당의 장외투쟁, 검찰총장 사퇴 등 얽힌 정국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첫 영수회담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회담 성과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공식적인 법적 제도와 절차를 통해서는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를 대통령과 여야를 대표하는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 조정을 통해 솔루션을 찾자는 것이 영수회담의 취지다. 영수회담이 성과를 거두자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무엇보다 회담 당사자들이 정치적 조정 즉, 상대방과 거래를 할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양측의 거래이익이 균형이 맞아야 한다. 즉 주고 받을 것의 크기가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대 영수회담이 별무소득이었던 것은 두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9·16 회담 이익의 균형점 : 국정원 개혁과 예산안 협조

 

권위주의 시대와 민주화 초기에 열린 영수회담은 주로 밀실거래 형식으로 이루어져 야당 대표의 운신의 폭이 제한되었다. 야당 총재들이 '사꾸라' 시비에 말릴 수 있어 '거래' 자체가 성립되기 힘들었다.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시기 영수회담의 경우 대통령 자신의 일방적인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대야 압박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크다. 야당에게 주어질 이익이 불명확했다.

 

이번 회담은 역대 영수회담에 비해서는 여야간 정치적 손익계산이 분명하고 거래이익의 균형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과 여당으로서는 새해 예산안 처리에 대한 야당의 협조 약속을 받는 것이 최우선이다. 지난 5년만 보더라도 80여석의 소수야당의 반대에도 연말마다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격돌로 법정 통과 시한은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야당도 발목잡기라는 역풍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그 정치적 책임은 청와대와 여당에 묻는 것이 국민여론이다.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에 자신하고 있을지 모르나 현 지지율은 정부의 예산안 처리과정으로 대표되는 경제살림살이 능력에 대한 평가가 반영되지 않은 점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 장외투쟁의 명분인 국정원 개혁에서 대통령의 진일보한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성공이다. 최소한 대통령으로 하여금 차기 선거에서 국정원 개입을 철저히 막겠다는 의지표명과 함께, 셀프 개혁안에서 물러나 여야가 국정원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해 대통령이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정치적 거래의 최소조건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검찰총장 사퇴 이슈는 석연치 않은 과정과 절차 상의 문제와 검찰 내부 반발로 정권의 약한 고리로 판단할 수도 있겠다. 이 사건이 검찰개혁 과정에서 불거졌다기보다는 여권 내부의 권력싸움 과정에서 돌출한 것으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야당이 대리전을 펼칠 만한 사안은 아니다.

 

3자 회담에 비관적인 이유

 

국정원개혁과 새해 예산안 협력이 청와대와 야당 사이의 충분한 이익균형점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 전망은 비관적이다. 우선 양측 모두 정치적 거래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전 의제를 조율할 경우 청와대의 설명처럼 폭넓은 의견교환을 막는 측면은 있지만, 청와대 안대로 한 시간 예정된 회담이면 정해진 의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경색국면이 발생한 근원에 대한 문제진단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취임이후 지금까지 정치쟁점을 보면 정치권 밖 행위자(국정원이나 일부 언론)들이 아젠다 셋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작 의제설정을 주도하고 이끌어가야 할 정치권이 외부 행위자들이 던지는 아젠다에 따라가는 형국이다. 비정치행위자에 의한 정치주도 현상은 정치의 공백을 의미한다. 정치에 대한 존중과 복원이 없다면, 이번 회담에서 어떤 통큰 합의가 나오더라도 현재와 같은 국면은 언제든지 재현될 것이다. 3자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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