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세제 개편안이 중산층의 반발을 맞으며 정국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국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의 행보를 프레임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글들이 늘고 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정치학 박사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세제 개편안이 중산층의 반발을 맞으며 정국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국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의 행보를 프레임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글들이 늘고 있다. SNS로 환경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정치권과 유권자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의 기회가 매우 협소한 환경을 고려하면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 프레임이 여론 변화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대신 세제개편안 이전까지 지난해 대선에서 NLL, 국정원 논란과정까지는 대체로 야당이 정부여당의 프레임 전략에서 밀리고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특히 정부여당은 민생방기론, 친노전횡론, 대선불복론을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중간층을 이탈시키며, 야당 지지층을 분열시켜왔다. 반면 민주당은 어정쩡하게 민생과 국정원 이슈를 '병렬' 시켜 스스로 메시지를 분산시켰다는 평이다('메시지가 꼬이니, 민심도 꼬이지' 시사인 2013.8.12).

 

여당이 프레임전쟁에서 야당을 눌렀다

 

문제는 원인이다. 새누리당이 다수를 구성하는 중간층을 대상으로 간결하면서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반면, 민주당과 야권은 지지층과 고관심층을 대상으로 '선악구도'로 접근하는 접근법의 문제가 주요하게 지적되고 있다. 필자도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다(현재 중간층은 정치적 무관심층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파적 지지층은 고관심층이라는 분류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프레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중이 프레임을 인지하는 방식에 대한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많이 인용되는 프레임이론의 대가 레이코프 교수의 주장처럼 다수 국민은 보수적 가치프레임과 진보적 가치프레임을 동시에 갖고 있다.

 

둘은 경쟁하고 공존하는 가치이며, 특정 이념처럼 일관되고 체계적인 프레임이 아니라 다차원적이고 분절화된 프레임을 생각 속에 갖고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활성화하고, 선점하기 위한 소위 '프레임 전쟁'이 발생한다. 프레임 선점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그러나 양면적인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독재자의 딸이라는 일방적인 네가티브 프레임이 먹힐 수 없었다. 국정원 문제가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올 수 있는 혼란에 대한 중간층의 우려를 동시에 읽어야 제대로 된 프레임이 나올 수 있었다.

 

프레임 경쟁은 팩트 경쟁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팩트를 소홀히 하면 도덕성 시비를 자초하거나 불리한 싸움에 끌려가게 된다. NLL 문제는 남북간 국방장관회담에서 결렬된 이유가 NLL을 고수한 참여정부와 이를 무력화하려 했던 북한의 입 장차이에 있었다는 '팩트'를 내세워 일축해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야당은 정상회담에서의 대화록 해석 논쟁에 말리면서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동조하는 우를 범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유권자들에 대한 유연한 태도

 

세제개편 과정에서 여론의 역풍이 강화된 것도 '팩트'보다 '프레임'을 중시한 탓이 크다. 팩트상 중산층이 추가로 지갑을 열지 않고(사실상 증세) 불가하다는 판단이 섰으면, 지갑을 열어야 할 당위성을 설득했어야 한다('세제개편 공방 관전기' 중앙선데이 2013.8.18). 한국갤럽 최근 조사에 따르면 복지 확대를 위해 20만원의 비용부담은 할 수 있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 2008년 촛불 당시 팩트에 대한 어정쩡한 해명이 MB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한다는 프레임에 불을 붙였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사례다.

 

좋은 프레임은 몇몇 뛰어난 전략가와 홍보가에 의해 '발명'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파악하면 의외로 답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좋은 프레임은 다양한 팩트에서 '발견'되는 것이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여론'에 자신을 맞출 수 있는 유연한 사고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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