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때아닌 NLL 공방으로 조용했던 정국이 뜨겁다. 새누리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뒤 "노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정치학 박사

 

때아닌 NLL 공방으로 조용했던 정국이 뜨겁다. 새누리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뒤 "노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야당은 NLL 포기의혹 제기가 국정원의 선거개입 이슈에 대한 정부여당의 맞불 작전이자 경제민주화 법안 공방의 물타기로 규정하고 총력전을 다짐한다.

 

국정원 선거개입은 국가기관에 의한 정략적 대선 개입의 사례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전 정부는 물론 현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을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여론이 '격분'하거나 '행동'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이 사안을 경시하거나 이슈 자체의 파괴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정치적 파장을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일종의 암묵적 무시인 셈이다.

 

국정원 사건 희석시키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어

 

2011년 재보선과정에서의 선관위 해킹사건,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민간인 사찰파문' 등은 소재로 보면 제2·제3의 촛불의 촉발제로 충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다수 여론은 차분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로 인해 발생할 극단적 대결정치의 반복과 민생정치의 실종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국정원 개입을 전임정부의 책임 뿐 아니라 현 정부와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시도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이러한 여론의 반응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가는 것까지 묵인하겠다는 의사는 아니다. 정국 혼란으로 가지 않는 조건에서 최소한의 책임을 정부여당 스스로 내놓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여당은 초기 인선 혼란을 딛고 안보위기 를 거치면서 지지기반을 다졌고,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정치신뢰를 자산으로 갖고 있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정면으로 국정원 개입문제에 대응할 경우 선제적 수습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지금 야권은 여전히 친노 대 비노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실망스런 모습이다. 실제로 곤혹스러웠던 쪽은 문제를 야기한 집권여당보다 공세의 수위를 잡기 어려운 야당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제도화를 선제적으로 진행할 경우, 심각한 정치 위기로 번지기 전에 일단락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NLL 공방은 선제적 대응으로 정부여당이 주도적으로 풀 수 있었던 '국정원 선거개입' 파문을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중심 의제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고 있다.

 

첫째, NLL 공방이 제기된 시점 상 누가 봐도 국정원 사건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둘째, 'NLL' 이슈의 정치적 파급력도 국정원사건에 만만치 않은 메가톤급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정원 사건이 'NLL 사건' 정도의 맞불이 필요할 정도의 사안이었다는 자각을 일깨웠다.

 

셋째, 야권 및 그 지지층의 결집효과를 낳고 있다. 넷째, 실제로 'NLL 포기발언'이 사실이라도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장수 현 외교안보실장의 증언대로 실제 'NLL 포기' 발언을 실제로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정적인 급소라고 보기는 힘든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NLL논란이 지속될수록 국정원 사건의 쟁점화가 힘을 받는 상황이 된 셈이다.

 

NLL 공방보다 국정원 사건 수습에 정면승부를

 

NLL 공방은 국정원 사건을 희석시키는 물타기 혹은 맞불이 아니라 수면 아래의 쟁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촉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생과 통합의 가치를 일관되게 강조해온 현 정부여당 스스로 정쟁을 유발시켰다는 여론의 역풍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은 NLL 공방을 뒤로 미루고 국정원 사건 수습에 정면승부하길 바란다. 여야를 막론하고 꼼수가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난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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