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개성공단 체류 인원의 전원 철수 이후 정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로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에서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에서 긴 호흡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친김에 단전·단수 조치’를 외치는 국내 일각의 강경 여론과 남북관계 파탄으로 인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좌초 우려 사이에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ㆍ정부, 단전·단수 쉽지 않아… “파장 고려 신중 검토”

 

개성공단 체류 인원의 전원 철수 이후 정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로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에서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에서 긴 호흡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친김에 단전·단수 조치’를 외치는 국내 일각의 강경 여론과 남북관계 파탄으로 인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좌초 우려 사이에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일보는 29일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주 내에 단전·단수 조치도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향신문 확인 취재에 청와대와 통일부 관계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단전·단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공장을 더 이상 가동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단전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아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동맥’ 송전탑 개성공단에 공급되는 전력이 지나가는 경기 파주시 자유로변 송전탑 앞에

29일 교통신호등이 ‘정지’를 뜻하는 빨간 불빛을 비추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개성공단 단전 조치를 취할 경우 개성공단에 물을 공급하는 정수장 운영이 되지 않아 자동적으로 단수 조치까지 수반하게 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로부터 정수장·배수장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2007년 9월부터 하루 6만t의 용수를 취·정수하고 있다. 이 가운데 4만5000t은 공업용수로, 1만5000t은 개성 시민들에게 식수로 제공되고 있다. 대북소식통은 “개성공단 진입 차단 조치가 한 달 가까이 지속돼 정수시설에 넣는 약품이 다 떨어져 이미 개성 시민들에게 양질의 물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측이 단전 조치를 취한다면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개성 시민들의 식수까지 끊게 되는 셈이어서 비인도주의적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핵심 기둥 중 하나는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북한 내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단전 조치를 취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북측은 단전·단수까지 각오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태 악화를 막으려면 그런 추가적 조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외교부와 동아시아연구원이 공동주최한 국제회의에서 개성공단 인원 전원 철수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그런 시각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강력한 억제에 기인한 것으로 강해야 할 때는 강하고 유연해야 할 때는 유연한 정책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며 “정부는 국민 안전이라는 국가 책무에 따라 전원 귀환을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1세기 전략적 사고와 신정부 외교비전’ 국제회의에서 “개성공단 문제는 분명히 북한이 잘못한 것이기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당장 해결을 위해 양보할 수는 없다”며 “약속을 지켜야만 관계가 잘될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신뢰 구축”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9일 노동신문의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추태’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체류 인원 전원 철수 조치를 ‘파렴치한 망동’으로 비난하며 “계속 사태 악화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경고한 대로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공단 부지 선정 당시 남측은 수력발전과 공업용수가 풍부한 신의주 등을 선호했지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공단 운영에서 남측의 질 좋은 전기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다며 개성을 희망해 결국 개성이 부지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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