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외신기자들에게 한반도 긴장상태에 대한 한국인의 대담한 반응은 또 다른 관심사라고 한다. 94년 첫 서울 불바다 발언 당시 사재기가 기승을 부릴 정도로 사회적 불안감이 표출되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검색사이트 순위에는 여느 때와 같이 연예가 소식과 로또 당첨번호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정치학박사

 

외신기자들에게 한반도 긴장상태에 대한 한국인의 대담한 반응은 또 다른 관심사라고 한다. 94년 첫 서울 불바다 발언 당시 사재기가 기승을 부릴 정도로 사회적 불안감이 표출되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검색사이트 순위에는 여느 때와 같이 연예가 소식과 로또 당첨번호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 안보불감증을 통탄하는 목소리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대범함'은 어떻게 생긴 것이며 질타와 놀라움의 대상으로 매도될 대상인가? 물론 안보태세는 최악의 상태를 대비해야 하며, 유사시 안보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위기관리대응체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보여주는 이같은 심리적 상태와 대응태도는 부정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유사시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이 무엇인가? 불필요한 동요와 혼란을 막고 경거망동을 없애는 일이다. 국민들 스스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으면 감지덕지할 일이지 통탄할 이유가 없다.

 

개성공단, 전쟁공포 완화시키는 지표로 작용

 

동아시아연구원에서 그 동안 국민들의 안보여론을 분석해온 결과 안보위기의 불안감을 완충하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남북간 경제교류의 요인이다. 아직 개성공단이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장 전쟁의 공포를 완충해주는 객관적 지표가 된다.

 

둘째는 역시 한미동맹 요인이다. 1990년대 이후 국민여론 수준에서의 안보체감도 변화과정을 보면 북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실험,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격 등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여지없이 한미동맹에 대한 우호적 태도가 상승하는 패턴을 보여준다. 반면 1990년대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고, 2000년대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시기처럼 남북관계가 활성화되는 시기에는 반대로 한미동맹의 부정적 측면(군사비 분담, 미군 범죄, 소파의 불평등성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된다.

 

이 두 가지 요인을 종합하면 과거와 달라진 국민들의 안보의식 변화의 중요한 특징이 도출된다. 즉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진보의 대북접근법과 한미동맹으로 대표되는 보수의 대북억지력을 동시에 인정하는 국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소위 진보적 한미동맹론자, 보수적 남북대화 우선론자가 늘고 있다.

 

햇볕정책과 한미동맹론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중요한 도전을 맞고 있다. 햇볕정책은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상대를 인정하면 북한도 개방과 평화공존이라는 길로 나설 것이라는 '합리적 행위자'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지난 연평도 민간인 포격으로 이러한 가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반면 한미동맹은 주한미군이 단순히 북한에 대한 억지 차원이 아니라 미중패권경쟁의 도구로 활용되거나 한반도가 국제 패권다툼의 희생양으로 연루될 수 있다는 의문이 동맹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분법적 안보프레임으론 국민 지지 못받아

 

이제는 과거 한국사회에서 북한 및 안보이슈를 평가하는 '진보=친북=반미 대 보수=반북=친미'의 이분법 프레임으로 국민들의 안보심리평가하거나 일방의 논리에 기초한 안보정책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들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박근혜정부가 대북강경메시지를 내보내면서도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전 정부에 비해 진일보한 태도이며 국민들의 양면적 안보인식에도 부합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완충하는 데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통합할 논리나 비전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정책결정자들과 정치권에서 위기 때마다 재탕되는 안보불감증 논란에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햇볕정책 대 한미동맹, 진보 대 보수의 기존 이분법 버전을 뛰어넘는 새로운 안보개념을 도출하는 데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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