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통합과 전진, 국민의 삶 속으로'가 취임식의 주제로 알려지고 있으며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 하겠다"는 것이 당선인의 의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정치학 박사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통합과 전진, 국민의 삶 속으로'가 취임식의 주제로 알려지고 있으며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 하겠다"는 것이 당선인의 의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달 초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 설문조사 결과, 박근혜정부에 기대하는 리더십 유형으로 '온화한 화합형의 리더십'을 꼽은 응답이 45.1%, '꼼꼼한 실무형 리더십'을 꼽은 응답이 32.4%, '강력한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꼽은 응답이 20.0%였다. 3김 정치가 끝나고, 실용정부를 내세운 이명박정부를 거치는 동안 국정 이해당사자들간의 협력과 화합을 중시하는 소위 '거버넌스형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큰 셈이다.

 

역대 정부의 통합 실패와 새 대통령의 과제

 

그러나 15년 이상 박근혜표 정치를 지켜본 국민들은 박근혜 당선인 리더십을 이러한 협치형, 거버넌스형 리더십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는 '애국심', '한국사회 당면과제 인지', '위기관리능력과 예측가능성'과 같은 국정역량 리더십에 대해서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비해 우위를 보였지만, '청렴도/투명성', '일반인과의 소통능력' 등 정작 국민통합과 소통 과제와 관련한 항목에서는 다른 후보에 비해 크게 못 미친 바 있다.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역대 그 어떠한 대통령보다 통합과 소통에 대한 강한 철학과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역대 정부 시기 통합과 소통 노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로부터 교훈을 찾아야 한다. 본인이 인터넷을 통한 국민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즐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부처별로 SNS 상의 쌍방향 소통노력을 강조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정부 때 국민들은 체감경제의 악화를 토로하며 민생 정치에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거시지표를 내세워 '조중동 등 언론의 여론몰이'로 책임을 전가하고 4대개혁입법과 같은 정치쟁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명박정부 역시 집권 초부터 대통령이 중시하는 아젠다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일반국민과 야당,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의 반발조차 무시했다. 설득과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은 소홀했고 속도전을 내세워 독선 정치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국민과의 통합과 소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의사와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국정파트너들의 동의가 어려울 때 "국민들만 보고 가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정파트너들에 대한 설득과 동의과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단일한 이해관계,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아니다. 수천만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국민통합, 국민과의 소통의 기본은 국민을 대표하는 여당과 야당이라는 국정 파트너와의 소통 노력에 있다. 역설적으로 간과되어 온 여당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복지제도, 정치적 민주주의, 사회신뢰와 같은 인프라 중요

 

노무현정부 시기 열린우리당의 분당이 불행의 원천이었고, 이명박정부 시기 세종시처럼 여론이 아무리 대통령 구상에 우호적이더라도 여당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또한 국민통합, 소통을 '행위' 적 차원으로만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갈등관리의 정치사회적 제도 및 인프라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

 

하버드대 로드릭 교수는 이러한 갈등관리 제도로서 복지제도, 정치적 민주주의, 사회신뢰와 같은 인프라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결국 해당 사회의 정치, 사회, 경제적 삶의 질을 높이지 않은 조건에서 아무리 SNS활동을 강화한다고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통합의 정치가 대통령 단독의 리더십으로 성취할 수 없는 과제라는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통합대통령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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