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말 많은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 출범 준비가 한창이다. 승부를 결정지은 ‘50대 혁명’의 여진(餘震)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난 일에 연연하기보다 앞날을 향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일이 급하다.

말 많은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 출범 준비가 한창이다. 승부를 결정지은 ‘50대 혁명’의 여진(餘震)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난 일에 연연하기보다 앞날을 향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일이 급하다.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듯 무기력해져 가는 나라의 기운을 되살려야 할 때다. 새 정부가 펼칠 새로운 정책들의 윤곽은 각 분야별로 이미 제시돼 있다. 기자의 관심사는 대북정책이다. 바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다.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방향은 널리 알려진 대로 현 정부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당선인은 핵문제 해결을 최우선시하면서 다른 남북관계 현안들을 종속시키는 정책을 지속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그렇다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정책으로 돌아갈 생각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크게 보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 세 정부의 대북정책 장점들은 살리고 단점들은 줄이는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뜻이다.

 

기자는 당선인의 이런 입장이 시대적인 요구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국민들 사이에 그런 정책을 갈구하는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확산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2~3년 전부터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대북정책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또 그런 방향에서 새로운 정책 대안들도 상당수 제시됐다. 그 가운데 남북관계 현안들을 모두 포괄하면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방향과 수단들을 제시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기자가 기억하는 첫 사례는 하영선 서울대 교수와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가 2010년 11월 공동으로 편찬한 『북한 2032-선진화로 가는 공진전략』(동아시아연구원)이다. 2008년부터 3년 가까이 6명의 학자들이 토론을 벌여서 만든 책이다. 이 책은 북한이 선진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발전 전략을 다루고 있다. 특이하게 북한 입장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를 가늠해보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취해야 할 정책 대안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을 따른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2032년쯤 북한이 어떤 국가가 돼야 하는지를 가정하고 그런 목표를 향해 변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략과 정책들을 모색하고 있다. ‘북한의 변화는 북한만의 변화로는 완성될 수 없으며 주변국들의 공동진화(coevolution)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필수’라는 시각이 특징이다.

 

조동호 교수는 유사한 의도에서 지난해 10월 『공진을 위한 남북경협 전략-보수와 진보가 함께 고민하다』(동아시아연구원)라는 책을 또 편찬했다. 남북 경협과 연관된 다양한 현안들을 놓고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지닌 학자들 8명이 모여 합의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만들었다. 앞의 책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인권 분야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비해 이 책은 경협과 관련한 구체적 현안들에 대한 정책 대안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일연구원이 출간한 『2000년대 대북정책 평가와 정책 대안: 동시병행 선순환 모델의 원칙과 과제』라는 책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책임하에 5명의 연구자들이 1년 동안 “무수한” 토론을 거쳐 대북정책 전반의 정책 방향과 대안들을 마련했다.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 정책’이 가진 장점과 한계, 이명박 정부의 그것들을 모두 검토하면서 장점만을 살릴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햇볕’과 ‘압박’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정책 목표를 같은 비중으로 함께 추진함으로써 상호보완적 효과를 거두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출판사 나남이 최근 펴낸 『한국의 외교안보 퍼즐』(정덕구·장달중 외)과 같은 연구서들도 있다.

 

이런 책들은 전문적이어서 일반 독자들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핵문제 해결을 포함한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를 위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북정책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정책은 국민적 지지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 어려운 책들을 읽어야 한다고 강권하는 기자의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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