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학문 연구에서 가장 기본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개념’의 정립일 것이다. 지난 2009년 『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창비)를 출간했던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과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이 또 다시 ‘개념 형성사’ 작업을 묶은 단행본을 내놓았다.

화제_ 전파연구모임, 『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2』 출간

 

학문 연구에서 가장 기본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개념’의 정립일 것이다. 지난 2009년 『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창비)를 출간했던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과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이 또 다시 ‘개념 형성사’ 작업을 묶은 단행본을 내놓았다. 앞의 저작이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첫 10년까지 전통으로부터 근대로의 이행기에서의 주요 개념의 전파사를 다뤘다면, 이번 책은 시간축을 전통세계의 천하질서로부터 21세기 복합질서로 확장해 논의한다. 19세기 중반 이래의 ‘개념전쟁’을 더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통개념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또 근대 개념의 수용을 통해서 21세기 한국의 사회과학이 사용하고 있는 핵심 개념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성찰의 결과다. ‘事大’ 개념이 전자에 해당하고, ‘자유’ 개념은 후자의 경우다. ‘국가’, ‘외교’, ‘독립’, ‘민권’, ‘기술’ 등은 제 1권처럼 19세기 중후반의 근대이행기를 다루고 있고,

 

‘국제협조’ 개념은 식민지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동아시아질서’ 개념은 이 모든 시공간을 관통하고 있다. 이 책과 관련 한 가지 특기할 부분이 있다. 개념사 연구가 학계 곳곳에서 관심을 갖고 진행하고 있지만, 1995년 봄 당시 하영선 서울대 교수가 주도해 만든 ‘전파연구’라는 공부모임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손열 교수는 “한국 사회과학이 사용하고 있는 주요 개념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19세기 중반 이래 전개된 서양 개념의 전파와 수용을 읽어보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이 모임은 지금까지 18년을 거듭 진화해왔다. 19세기 개화언어도 읽고, 전통언어도 읽었으며, 전파의 원류인 유럽언어도 읽었다.

 

조선시대로 자주 거슬러가기도 했고, 식민지시대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렇게 이 모임은 저작, 신문, 일기,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면서‘진정한 의미의 국제정치학을 하기 위해’ 새로운 사고틀을 마련하는 작업을 다져왔다. 그 성과는 2009년의 책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번 책은 3년 전의 탐색에서 좀 더 확장되고 심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손 교수는 이 작업을 “일본의 제국적 언어와 미국의 냉전적 언어를 넘어서서 주체적 사회과학을 하기 위한 기반 쌓기 작업이며,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세계질서의 변환을 정확히 읽고 역사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실천적 과제”라고 의미를 매긴다.

 

‘전파연구’ 모임을 주도해온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장은 제1장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개념사 연구를 위한 기초 배경분석을 제공하며, 동아시아 무대의 주인공들이 바람직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복합네트워크’의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미국, 중국, 일본의 패권국가화를 막고, 한국의 인식 변화, 북한의 노력이 어우러져 ‘동아시아 복합네트워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런 구상 위에 사대개념의 변화를 읽고(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개화시기를 중심으로 한국의 근대국가 개념 형성사를 분석하며(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이 근대 세계에 진입하면서 조우한 새로운 국제공간을 개념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손열).

 

동시에 개념사적 접근법을 원용, 19세기 조선에서의 외교개념 수용 문제를 살피고(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19세기 후반 일부 문헌을 통해 ‘자주’와 ‘독립’의 개념과 전개과정을 조명하는가하면(김현철 동북아역사재단 책임연구원), 한국의 자유개념이 국제정치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돼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전제로, 19세기 후반에서 1987년까지의 시기를 중심으로 국제정치영역에서의 자유개념의 독특한 역사적 전개를 들여다본다(강동국 나고야대 법학부). 국권상실기 동안 공화주의가 분명하게 주장되지는 않았으나 국가의 주권이 군권과 거의 분리돼 국민의 결합된 힘과 정신으로 귀속됐다는 평가(문유미 스탠퍼드대 역사학과)와, 개념사 연구의 시각과 국제정치학의 시각을 복합적으로 원용해 기술수용을 입체적으로 살핀 논의(김상배)도 추가됐다. <학지광>, <동아일보> 등의 매체를 통해 ‘국제협조주의’가 동아시아에 전파된 과정을 살펴보고 한국인들이 이의 실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재구성하기도 했다(권민주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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