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반응은 긍정적 … "국민요구 뒤늦게 수용 임팩트 약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과거사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과했다.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해서는 '헌법가치 훼손'이라고 인정했다.

 

박 후보의 사과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과 연이은 측근들의 추문으로 대세론이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탓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 후보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며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근혜 '과거사 국민과 공감해야 된다 생각'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과거사는 국민과 공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그는 산업화를 '기적적인 성장의 역사'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면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 받았던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해선 '헌법가치 훼손'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힘드시겠지만, 과거의 아픔을 가진 분들을 만나고 더 이상의 상처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후보의 전격적인 사과 배경으로 지지율 변화를 꼽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선승리 → 연이은 측근들의 돈추문 →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선출마선언 등이 이어지면서 안철수 후보는 물론 그동안 상대적 약체로 평가됐던 문재인 후보에게까지 뒤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박 후보 진영에서는 '더 이상 밀려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커졌고, 역사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실제 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의 22일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의 역사인식이 박 후보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쳤는가는 질문에 '나빠졌다'는 응답은 29.5%로 '좋아졌다'는 응답(19.2%) 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20·30대의 경우 좋아졌다는 응답은 각각 8.9%와 5.1%에 불과했지만 나빠졌다는 응답은 33.2%, 32.6%에 달했다.

 

일단 정치권 안팎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당장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박 후보가 유신과 5·16에 대해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인정한 점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이고, 나아가 당시 피해자들에게 나름대로 사과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사과가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대세론'이라는 일종의 '믿음'이 깨진 상황에서 과거사 사과가 '지지율 반등'을 이끌만한 임팩트 있는 행보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수년간 국민적인 요구였던 사안을 '뒤늦게' 수용하는 것이 새롭고 충격적인 행보보다 반응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친박계 모 의원은 "아버지에 대한 평가를 두고 진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너무 늦은 사과에다 정치공학적 선택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킬 후속행보가 중요하다"고 우려했다.